만 13~18세 무료접종 순조롭게 진행
유료 백신은 공급대란…일부 병·의원 물량 부족 '심각'
유통 중 상온노출 사고로 접종이 중단됐던 독감백신 무료예방접종이 13일 재개되면서 각 의료기관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수급이 불안정해 무료백신을 맞을 수 없다는 곳도 있었고, 정부 백신에 대한 불안감에 유료백신을 맞으려는 시민들도 "물량이 없다"는 안내를 듣고 발길을 돌리는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13일 오전 수도권의 한 소아청소년과에는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 몰렸다.
중학생 아들을 둔 최모(46)씨는 "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본데다 상온에 노출됐다는 소리를 들어서 찜찜한 마음도 있었지만 서둘러 접종하러 왔다"면서 "독감에 걸리면 코로나19에 더 취약해지지 않겠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지금 백신 물량이 딸려 무료접종 대상자인 만 13~18세 대상 무료접종만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방문해 언제쯤 맞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우리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5~6곳의 소아과·내과를 방문해 보니 무료 독감백신 물량은 물론이고 유료 독감백신도 동 나는 바람에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많았다.
서울 모 내과 원장은 "백신 백색입자랑 상온노출 사고 뉴스 보셨지 않느냐. 그 이후로 유료 백신 물량까지 정부에서 가져갔다"며 "여기에 무료 접종대상자들이 불안감에 유료 접종으로 몰리면서 지난주에 이미 백신이 다 소진됐다"고 말했다.
이 병원 원장은 "하루에도 30~50통씩 백신을 맞을 수 있느냐는 전화가 걸려오는데 그때마다 공급이 안 됐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며 "수입품이라도 쓸 수 없을까 해서 주문을 해놨는데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병원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 병원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서모(38)씨는 "주변 사람들이 유료 3가 백신을 2만9000원에 맞았는데 지금은 다 떨어지고 없다고 하더라"면서 "유료 물량을 정부가 가져가서 무료접종대상한테 먼저 공급한다는데 이러다 접종 시기를 놓치는 거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중·고등학생들이 하교하는 오후 4시 이후부터는 접종 대상자들로 일부 붐볐지만 큰 혼잡은 없어 보였다.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은 학부모 박모(44)씨는 "첫날이라 줄을 길게 서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크게 대기 없이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고 안도했다.
정부는 만 13~18세 이하 청소년 무료접종에 이어 오는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26일부터 만 62~69세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