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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신입 설계사 이탈 어쩌나…반전 카드 '사활'


입력 2020.10.14 06:00 수정 2020.10.13 15:0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3명 중 2명은 1년도 못 버티고 '아웃'…경쟁사와 대조

영업 인센티브 규제 임박…설계사 정착 특명 '승부수'

국내 3대 생명보험사 13월차 설계사 정착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삼성생명에서 일을 시작한 보험설계사 3명 중 2명 가까이가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영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삼성생명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나가는 설계사들이 늘어나는 사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이들의 마음을 붙잡는데 성공하며 신입 영입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이에 삼성생명도 최근 신인 설계사 정착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보험사의 설계사 확충을 한결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규제 시행이 몇 달 뒤로 다가오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개 생보사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평균 44.8%로 전년 동기(39.9%) 대비 4.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신규 보험설계사들 가운데 1년 이상 정상적인 상품 모집 활동을 벌이는 인원의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다. 생보사는 등록 후 13개월 차에 설계사 자신이 모집한 신계약이 1건 이상 이고 해당 계약 중 유지되고 있는 계약이 10건 이상인 이들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생보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이 38.8%로 최저를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1년 이상 상품 판매를 이어가며 자리를 잡는 신인 설계사가 3명 중 1명꼴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삼성생명의 해당 비율은 1년 전(40.4%)보다 1.6%포인트 하락하며 빅3 생보사들 중 유일하게 악화 추세를 나타냈다.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이 30%대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반면 경쟁사들의 설계사 정착률은 개선세를 보였다. 우선 한화생명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47.7%에서 51.1%로 3.4%포인트 상승하며 50%대로 올라섰다. 교보생명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 역시 31.7%에서 44.6%로 12.9%포인트나 높아지며 삼성생명을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흐름 뒤에는 각 생보사들의 치열한 셈법이 깔려 있다. 선수를 친 곳은 한화생명이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신입 설계사를 대상으로 환산 성적 등 기본적인 실적을 채우지 못해도 수당을 지원키로 했다. 또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신인 2명을 데리고 오는 기존 설계사를 팀장으로 임명하고 별도의 보너스를 주는 루키 팀장 제도를 시행하며 생보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자 올해 초 교보생명도 기초 활동 점수를 채우지 못한 신인 설계사들에게 관련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며 한화생명의 뒤를 따랐다.


반면 삼성생명은 이 같은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최근 삼성생명도 신규 설계사 지키기를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영업성과에 따라 신입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를 이전 대비 1.5배로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신규 설계사 정착과 더불어,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활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전속 설계사 구조 전반을 손보겠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의 제도적 압박은 신규 설계사를 둘러싼 생보사들의 영입 경쟁에 더욱 불을 붙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설계사에 대한 보험사의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이 영업 질서를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탓이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관련 제도가 시행되기 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설계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올해까지 유예기간을 거친 보험 상품 사업비와 모집 수수료 개선 방안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보험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첫 해 수수료는 특별수당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된다.


이는 결국 보험사들이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있는 당근의 크기가 상당 폭 줄어든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보험사는 상품을 판매한 첫 해 설계사에게 월 보험료의 1700%까지 수수료를 줄 수 있다. 월 보험료가 10만원인 상품을 판매했다면 170만원의 수수료가 지급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똑같은 상품을 팔아도 설계사가 쥘 수 있는 영업 수수료는 120만원으로 제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도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손해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액 상품을 다루는 특성 상 생보업계는 실적에 있어 설계사 역량의 중요성이 여전히 크다"며 "설계사 인센티브에 제약을 받기 전인 올해 말까지 생보사들의 공격적인 리크루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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