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NABO 최신보고서 발간
영국·독일·일본·미국 강한 탈동조화 진입
한국은 온실가스·GDP 탈동조화 속도 부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GDP 탈동조화(decoupling)' 현황이 세계적 추세보다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규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이야기다. 아직까지 제조업의 기여도가 높은 경제구조인 만큼 독일과 같이 고부가가치형 산업과 저탄소 에너지 기술개발을 통한 탈동조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NABO 최신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OECD 전체와 영국, 독일, 일본, 미국이 강한 탈동조화 국면에 진입한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한 탈동조화 단계에 머물고 있다.
탈동조화란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OECD는 '21세기 환경전략'에서 탈동조화를 경제성장률보다 에너지소비 증가율 혹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정의한바 있다.
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1990년 대비 2.6배 상승했으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7년 이후 점차 감소해 2017년 배출량이 1990년과 유사한 수준이 됐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총배출량과 1인당 배출량은 모두 감소하는 추세라는 이야기다.
각 국가들은 저마다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peak)을 찍은 후 줄곧 하락 추세다. 미국은 2007년, 일본은 2004년, 독일은 1991년, 프랑스는 1979년, 영국은 1971년 이후 배출량이 내리 감소하고 있다. 1인당 배출량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국가들은 1970년대에 정점을 지났으며, 일본은 2004년에 정점을 기록했다.
강한 탈동조화 단계의 국가들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바꾸거나, 제조업 기반을 유지하되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유형으로 분석됐다.
OECD 국가의 탈동조화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가 가장 크게 기여했으며, 수송부문과 건물부문의 배출량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산업부문 배출량은 2017년 정점 이후 15.3%, 수송부문은 3.2%, 건물부문은 16.7% 각각 감소했다.
영국의 경우 탄소집약도가 높은 제조업 경제에서 탄소집약도가 낮은 서비스 기반 경제로 전환됐다. 제조업 비중이 1970년대에 20%였으나 2018년에는 10.1%로 낮아졌다.
독일은 2014년 배출량이 1991년 대비 26% 감소했으나, 제조업 비중은 1991년 23.8%에서 2018년 23.2%로 탈공업화 없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켰다. 독일은 1991년 세계 최초로 재생에너지 지원을 명문화한 '전기공급법'을 시행하는 등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한 덕택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도 제조업 비중의 큰 변화없이 강한 탈동조화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률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낮은 약한 탈동조화 단계에 들어섰으나, 여전히 경제규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상황이다. 2017년 기준 한국 경제규모는 세계 12위인데 비해 총에너지 소비량은 10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위를 기록했다.
허가형 경제분석국 산업자원분석관은 "주요 OECD 국가들은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강한 탈동조화 단계에 진입해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교역 상대국의 환경규제가 상품 뿐 아니라 제조방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저탄소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자동차 판매사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설정하고 초과 배출량에 대해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허 분석관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부가가치가 GDP의 30%로 높은 비중을 유지하는 만큼 독일의 사례와 같이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는 탈동조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급격한 생산량 감소보다는 고부가가치형 산업과 저탄소 에너지 기술개발을 통해 국가 전체의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