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빠 패권주의', 지지층 확장엔 '방해'
중도층 표심 중요한 대선에 '악영향'
문빠 영향력 커질수록 정권재창출 가능성↓
새누리당도 '친박 패권주의'로 망해
"촛불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
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7월 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는 제목의 논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최 교수는 "이들이 정당 지도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실제 공천과 선거과정에서 집단을 동원해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결과적으로 정당 정치와 선거 과정에서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등의 저서로 유명한 진보 지식인 홍세화 씨도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는 오로지 지지자에게만 해당된다"며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보다 더 배타적, 불용인(앵톨레랑스)의 정치집단이 되었다"고 질타했다.
최장집 교수와 홍세화 씨 모두 '문빠'(문 대통령 강성 지지층)가 민주당의 중도층 이탈을 부추기고 결국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본 것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지난 2017년 1월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비문계(비문재인) 의원과 대선 주자들에게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을 보낸 것과 관련해 "이러니까 패권주의라는 말을 듣고, 외연이 확장되지 않고, 비우호가 높아지고, 반감이 늘고 고립되는 것"이라며 "이런 패권적 사당화로는 결코 우리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일각에선 "새누리당(現 국민의힘)이 '친박 패권주의'로 당이 주저앉은 것처럼, '문빠 패권주의'가 만연한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 속에서 180석까지 넘봤다. 그러나 친박계의 공천 전횡으로 민심은 돌아섰고, 122석을 얻는 것에 그치며 참패했다. 민주당도 문빠의 영향력에 갇혀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당이 내리막길을 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선의 경우 중도층 표심이 선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문빠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중도·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재호 민주당 의원(재선·남을)도 지난 9월 3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문빠가) 부담스럽긴 하다"면서 "설마 대선 때도 그분들이 그러겠나. 대선이 닥치면 좀 나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문빠도) 당원들의 다양한 목소리 중 일부"라면서도 "그분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보여 지고 해석되는 부분은 부담스러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특정 성향 집단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는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에서도 태극기 아스팔트 세력은 극히 일부 아니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