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점포 폐쇄 자제 주문에도 적자 점포 인건비·임대료 부담
“비용절감·수익 방어 차원”…우체국과 제휴 등 대체창구 마련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점포 폐쇄 자제령 이후 주춤했던 지점 통폐합 작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데다 초저금리 기조 등에 따른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이번달 총 41개 영업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먼저 우리은행은 이달 19일 15곳 지점과 5개 출장소 등 총 20개 영업점을 통폐합한다. 통폐합 대상 영업점은 ▲광주금호지점 ▲구성역지점 ▲대림동외국인금융센터 ▲도곡로지점 ▲독산지식산업센터지점 ▲부산미음산단지점 ▲양산신도시지점 ▲영등포지점 ▲용산전자랜드지점 ▲운정지점 ▲이매도지점 ▲전주효자동지점 ▲중앙동지점 ▲장원반송지점 ▲포항양덕지점 ▲문정동 ▲우리충대 ▲우면동 ▲제주이도 ▲홍은동 등 20곳이다.
같은 날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도 각각 10곳, 5곳 지점을 통폐합한다. KB국민은행 또한 이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파크점을 폐쇄하고 26일 서여의도영업부와 통합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서울 강남 학동역, 대치사거리 등 5곳 영업점을 없앨 계획이다.
사실 시중은행의 지점 통폐합은 디지털 금융과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당면 과제가 됐다. 그러나 지난 7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영업점 줄이는 것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면서 은행들의 지점 통폐합 움직임이 주춤해졌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기준 영업점 수는 3394개로 지난해 말(3525개)에 비해 131곳 줄었다.
앞서 윤 원장은 “점포 통폐합으로 고령자를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된다”며 “은행이 단기간에 급격히 지점 수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당시 은행들은 하반기 영업점 통폐합 계획을 보류하거나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10월을 기점으로 점포 통폐합 움직임이 다시 재확산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대폭 줄었다. 높은 임차료와 인건비가 들어가는 비수익 점포적자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2019년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59.3%로 전체 금융 거래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오프라인 거래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은 2018년 9.8%에서 작년 7.4%로 감소했다. 현금인출기와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0.2%에서 26.4%로 떨어졌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점포 축소에 따른 고령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버스 등을 활용한 이동 점포나 화상·유선으로 고객 응대가 가능한 무인점포를 활성화하고 전국에 2655개 지점을 보유한 우체국 등과의 창구 업무 제휴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수, 수익성, 인근 지점 여부 등을 고려해 은행 영업점을 통폐합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거래 비중이 늘면서 점포전략도 시대적 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