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끝나면 선관위원장도 물러나는게 관례
권순일, 직 유지는 물론 인사에도 관여 움직임
국민의힘 "후안무치한 행보…사퇴 당연하다"
안철수 "열두 번째 선수, 추태 보이지 말라"
대법관으로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해온 권순일 위원장이 대법관 임기 만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원장직 유지를 획책하며 인사에까지 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힘·국민의당 등 야권이 내년 4·7 재·보궐선거의 공정한 관리에 의문을 표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선관위를 관할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세·이명수·박완수·김용판·김형동·박수영·서범수·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성명에서 "권순일 위원장이 대법관 임기가 종료됐는데도 위원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선관위 간부급 인사에도 관여한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보"라고 규탄했다.
헌법 제114조 2항은 선관위원장을 9인의 선관위원 중에서 호선(互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헌법기관이 된 이래, 초대 사광욱 위원장부터 20대 권순일 위원장까지 18명의 선관위원장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현직 대법관인 위원이 호선에서 선출됐다.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을 더욱 엄중히 지키려는 의도였다.
대법관이기 때문에 선관위원 호선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만큼, 대법관 임기가 만료되면 선관위원장에서도 물러나는 게 그간의 확고한 관례였다.
대법관 퇴임 이후에도 선관위원장을 계속하려 하는 권 위원장의 행보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에 있었던 선관위 내부회의에서 그를 위원장으로 호선했던 동료 선관위원들 사이에서도 "물러나라"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소속 행안위원들은 "헌법상 대법관의 지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그 지위를 상실한 경우 위원장직도 사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사퇴해야할 위원장이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관리할 선관위 인사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기관의 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권순일 위원장을 '정부·여당의 열두 번째 선수'라고까지 칭하며,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 대표는 "축구에서 심판이 일방적으로 한 팀에 유리한 편파판정을 할 때, 이런 심판을 '열두 번째 선수'라고 한다. 권순일 위원장이 딱 그렇다"며 "여러 번에 걸쳐 정부 편을 든 권 위원장이 이제는 관례를 깨고 대법관 퇴임 뒤에도 선관위원장을 계속하겠다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잘 어울리는 선관위원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관에게 선관위원장이라는 영예를 더해주는 것은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하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선거라는 헌법가치의 수호자가 되라는 뜻"이라며 "선관위원장을 계속하겠다며 연임 로비를 하고 다녔다는 자연인 권순일이 직을 유지한다면,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리라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미 얻을 것 얻고 오를 데까지 오른 성공한 인생이지 않느냐. 무엇을 더 바라서 추한 모습을 보이려 하느냐"라며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