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품질 의무’ 담은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당장 재판에 인용 어려워도 향후 영향줄 듯”
정부가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게 하는 ‘넷플릭스 방지법’을 입법 예고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CP)과의 소송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당장 오는 1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의 2심 판결이 진행되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도 내달 시작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오는 12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내 총 트래픽양의 1% 이상을 발생시키고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인 부가사업자에 한해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게 했다.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망 품질 관리 책임과 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통신업계의 희망사항인 해외 CP와의 망 사용료 계약 의무화 조항은 담기지 못했으나, 망 품질 관리 책임을 법적으로 지웠다는데서 향후 국내 CP와 ISP(인터넷망 제공 사업자)와의 계약 내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시행령은 오는 12월부터 적용되고 방통위와 페이스북 소송은 당장 11일이어서 해당 법안이 직접 인용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번 시행령에 페이스북 소송 쟁점 중 하나인 트래픽 경로변경 등 1심에서 지적한 ‘입법 미비’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김남철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소송의 경우 핵심인 망 사용료 계약을 강제하는 조항을 넣진 못했으나, 이전에는 없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조항이 있다”며 “앞으로 사업자들이 협의하거나 계약할 때 영향을 주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통신 업계는 이번 시행령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미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CP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켜 망 접속 지연 등을 일으켜도 책임을지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터 소비량이 폭증하는 통신 상황에서 정부가 시각을 바꿔 이같은 관행을 수정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후 페이스북과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할 수 있게 됐다는데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처분취소 소송 항소심(2심)은 오는 11일 진행된다. 방통위는 2016년 임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속도 지연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과 시정명령을 조치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소송했다. 1심 재판부는 입법 미비를 지적하며 이용자들의 이익이 현저히 침해되지 않았다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 첫 변론기일은 내달 30일 열린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1월 방통위에 넷플릭스 트래픽 급증으로 자사 네트워크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망 증설 비용과 사용료 등을 분담해야 한다고 재정 신청을 했다. 넷플릭스는 곧바로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논란을 빚으며 결국 넷플릭스 방지법까지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