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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에 입법 부담까지...‘첩첩산중’ 이재용과 삼성


입력 2020.09.02 14:29 수정 2020.09.02 14:3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검찰의 기소로 이 부회장 2개 재판 동시에 받아야 할 처지

이번달 정기국회서 보험업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본격 논의

그룹 지배력 유지 어려움 속 비용부담 기하급수적 증가 불가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결정하면서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의 기소로 사법 리스크가 가중된 가운데 입법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래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경영권 승계 의혹이라는 새로운 재판이 추가된 상황에서 9월 정기국회에서 보험업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입법 이슈까지 불거질 태세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전날 이재용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 부회장은 2개의 재판을 같이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2017년 초 구속기소되면서 시작됐던 국정농단 재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새 재판이 시작되면서 향후 3~4년은 계속 법원을 오갈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은 상당히 복잡한 사안이어서 재판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선 기간을 포함하면 이 부회장에게 10년간 사법 리스크가 드리워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로서 경영에 전념해도 모자랄판에 재판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입법 리스크까지 부상하면서 삼성과 이 부회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보험업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삼성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법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와 신성장동력 발굴 등 사업 현안들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업을 지키기 위한 지배력 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경기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여성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에 한 직원의 손 소독을 돕고 있다.ⓒ삼성전자

◆ 삼성 지배구조 뿌리채 흔들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가 됐지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대표발의로 다시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다른 회사 채권과 주식에 투자, 보유할 수 있는 한도가 자기자본의 60%, 총 자산의 3% 이내로 제한된다. 이 조항이 이른바 ‘3%룰’로 불리는 이유다.


총 자산의 3%에 대한 지분 보유액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밖에 없다.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전자 지분을 8.51%, 1.49%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8%가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유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지분 보유액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8.51%(5억816만주)는 지난 1980년 당시 취득원가 기준으로 하면 주당 1000원대로 약 5440억원 규모다. 삼성생명 자산은 309조원으로 이는 총 자산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기준이 시가로 변경되면 삼성전자 주가(5만4200원·9월 1일 종가 기준)를 적용해야 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7조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삼성생명 자산의 약 9%에 달하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면 약 20조원에 가까운 보유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삼성화재도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면 보유 지분 가치가 회사 총 자산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5~6%에 달할 것으로 보여 2조원 넘는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낙 금액이 커서 양 보험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다른 삼성 계열사가 매립하는 것도 힘든 것은 차치하더라도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이 더 큰 문재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데 삼성생명의 이탈로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온다고 해도 이를 위해서는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등 상당한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되면 기업 유지 비용 부담 폭발적 증가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어려움을 가중 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11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현행 상장회사 지분 20% 이상, 비상장회사 지분 40%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지주회사의 자·손회사 지분 보유 의무를 상장회사 30% 이상, 비상장 50%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약 25% 가까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으로서는 지주사 전환과 함께 삼성전자 추가 지분 확보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모두 확보하더라도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야만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어 비용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된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176석의 공룡 여당이 존재하는 현재의 국회 구성상, 이번 정기국회에서 보험업법이나 공정거래법 개정안 모두 일사천리로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으로서는 총수의 사법 리스크에 지배구조 관련 입법 부담까지 떠 안게 되면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기가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자료사진)ⓒ연합뉴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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