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의 혜윰] 국토부 장관만 모르는 ‘영끌 집 구매’의 의미

김현미 장관 발언에 30대 젊은 세대 분노

청약당첨 불가능한데, 매매 대신 분양받으라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2019 회계연도 결산 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같은 행동이 두 번 반복되면 실수라 하기 어렵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30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 관련 발언. 첫 번째는 실수겠거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이은 두 번째 발언으로 실수가 아닌 확신이란 것이 증명됐다.

동시에 현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위정자들과 국민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5일 “법인 등이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해 젊은 세대들의 공분을 샀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31일에는 “영끌해서 집 사는게 도움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확인사살’을 했다.

서울과 신도시 공급물량이 곧 나오니 매매보다는 합리적 가격에 ‘분양’ 받으라는 속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3040세대는 곧바로 분노했다.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황구매)’ 용어 사용을 지적한 김 장관의 발언이 오히려 ‘패닉’이라고 씁쓸해했다.

매매 대신 분양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오히려 젊은세대다. 그러나 최근 서울 아파트 최저 청약가점 평균이 60점을 넘어간 상황에서 30대가 청약에 당첨되기란 불가능하다.

이 상황을 장관은 정말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부동산은 심리다. 이번 정부들어 특히 수요자들은 ‘오늘 구매하는 서울 아파트가 가장 싸다’라는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2만5000가구로, 올해의 절반에 불과하다. 공급은 부족한데 살 사람들은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고 전세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주택임대차3법,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각종 규제로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대란은 시작됐다. 3040이 ‘영끌’해서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김 장관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믿음을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지난주 “서울 부동산 상승세가 멈췄다고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수치로만 보면 강남 집값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안정세는 정부 정책이 잘 작동해서라기 보다 온갖 규제로 거래를 틀어막아놨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말 그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향한 정책당국과 수요자들의 눈높이는 점점 어긋나기만 한다. 30대 가장이 썼다는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에 국민들이 열광하는 것도, 이러한 시각차를 조목조목 지적한 것에 대한 시원함과 정부에 대한 원망 때문일 것이다.

30대의 영끌이 잘못된 판단이라면, 그 판단을 하게 만든 것은 시장을 불안하게 끌고간 정부다.

부동산 정책이 더해질 때마다 국민들은 신뢰보다는 불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의 수치에 도취하지 말아야 한다.

20여차례나 거듭해 누더기가 된 부동산 정책이 결국 해져 구멍은 나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시장의 여론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