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정책으로 배달 폭증
배라이더 절대적 부족…“정부, 배달은 권하고 지원책은 제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배달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폭증한 배달 콜수를 라이더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부터, 이에 따른 배달 지연과 라이더 안전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점이 줄줄이 파생되고 있어서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정책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수도권에 위치한 음식점과 제과점은 밤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이후 시간에는 포장과 배달만 해야 한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실내 취식이 금지되고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음식점을 비롯해 제과점과 카페까지 매장 영업에 제한이 생기면서 배달주문이 폭증하고 있다.
2일 배민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주문 건수는 전주(22~23일) 대비 8.8%늘어났다. 디저트류는 15.3%나 올랐다.
덕분에 배달대행업체도 바빠졌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의 지난달 30일 배달 접수 건수는 57만5000건으로 7월 마지막 주 일요일보다 25.8% 증가했다.
문제는 주문량 대비 배달 주문을 소화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당장 배달 노동자, 라이더 확보가 어렵다 보니 접수되는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과 긴 장마, 태풍 등의 영향으로 배달주문이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배달대행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배달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바로고의 경우 최근 라이더 약 5000명을 신규 모집한다고 공고를 냈지만,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바로고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모집 공고를 낸 뒤 하루 평균 150명씩 등록을 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네 가게들은 배달 주문을 늘려 받으려 해도 정작 배달해줄 사람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내놓은 정책으로 배달 주문이 증가세가 가팔라졌지만, 배차가 어려워 영업에 다시 한 번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서 이디야커피를 운영 중인 조모(30대)씨는 “배달이 폭증하면서 라이더 배차까지 1시간 이상이 걸리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카페는 음식점에 비해 빠르게 메뉴를 만들어 배달해 늦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취소를 해 버린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라이더 확보를 위해 배달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든 곳도 생겼다. 국내 1위 배달대행 서비스업체인 ‘생각대로’ 노원지사는 지난달 30일 배달수수료를 한시적으로 건당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가맹점들에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이미 대부분의 배달대행사는 건당 1000원 이상 배송료 인상을 했고 외곽지역(다른구)은 2000원까지 할증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수도권 내 다른 배달대행 업체들도 수수료 인상에 나섰거나 추가 인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인상은 곧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된다. 생각대로가 음식점주들에게 "배달 수수료 인상 부담을 업소에만 묻는다면 부담이 많이 될 것이니 배달팁을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권유한다”고 공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음식점주가 결정한다.
◇ 배달량 폭주, 라이더 부족…“정부 배달은 권유하지만 지원책은 제로”
배달 주문 폭주는 라이더 입장에서도 문제다. 주문이 밀려 취소하거나 재촉전화도 많이 오는 데다, 한 번에 처리해야 할 배달 건 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봉기(44) 바로고 송파석촌지부 지부장은 “지난 장마를 기점으로 하루 평균 배달 물량이 20~30% 급격히 늘면서 사고와 함께 이탈하는 라이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두 달간 휴일 없이 하루 평균 12시간 꼬박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 업무처럼 오늘 안에만 도착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음식 배달의 경우 픽업후 20분 안 배송을 원칙으로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지킬수 없을 만큼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다”며 “보통 근거리 장거리 상관없이 코스만 맞으면 적게는 3~4개, 많게는 7~8개 음식을 한 번에 들고 나가 배달하는데 도착 속도에 대한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배달을 적극 권유하고 있지만 배달 라이더들의 감염에 대한 대처라든지 처우 등에 대한 대안이 전혀없다”며 “라이더 한명이 코로나 확진이 될 경우 이에 따른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불안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감염이라도 되면 모든 사회적 지탄을 다 받아야 한다는 걱정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배달·포장 식사가 권장되면서 배달량이 급증하면서, 라이더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상점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무감으로 배달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단기간에 라이더를 수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라이더가 상점에서 음식을 받는 동안에는 불법주정차 단속 대상에서 제외해주거나 빈 택시를 이용한 음식 배달을 허용하는 등 한시적일지라도 지원책이 절실하다”며 “시민분들도 배달이 평소보다 오래 걸릴 때 이런 상황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달 앱 업계서는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배달 과부하도 줄이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방문포장을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배민은 ‘포장 활성화’ 정책 등 자구책을 내놓았다. 앱 내 '배민오더'의 서비스명을 '포장주문'으로 변경했다. 손님을 받기 어려워진 식당·카페는 물론 외식을 꺼리는 고객들도 직관적인 이름으로 변경된 이 기능을 통해 쉽게 음식 포장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기요 역시 빠른 시스템 변경을 통해 '테이크아웃' 카테고리를 앱 내 전면배치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유지 기간 동안에 많은 입점 매장들이 테이크아웃 기능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당 카테고리 주문 중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배민 관계자는 “2.5단계 거리두기 상황에서 타격이 클 수 있는 카페·디저트 업소들을 위해 '포장주문'을 탭하면 인근 카페·디저트 업소 정보가 한눈에 보이도록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했다”며 “포장주문'(구 배민오더)에서는 주문이 이뤄져도 중개 수수료가 없어 식당들의 이윤이 최대한 보장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