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 데뷔 25주년 베스트 앨범 8월 24일 발매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수들은 선배 가수의 명곡을 자신의 색깔로 재해석하거나,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그 가치를 재평가 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편곡과 가수의 목소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감성을 주는 ‘청출어람 리메이크’곡을 살펴봄으로써 원곡들도 다시금 조명합니다.>
밴드 크라잉넛이 데뷔 25주년을 맞아 대표곡들을 다시 불러 녹음한 베스트 앨범을 지난 24일 발매했다. 1995년 홍대의 작은 클럽인 ‘드럭’에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크라잉넛은 현재까지 멤버 탈퇴 없이 25년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밴드다.
이번에 발매하는 앨범에는 ‘밤이 깊었네’ ‘좋지 아니한가’ ‘말달리자’ ‘룩셈부르크’ ‘서커스 매직 유랑단’ ‘명동콜링’ 등 1~6집에 수록된 열여섯곡이 담겼다. 최근에 발표된 7집과 8집의 수록곡들은 이번 베스트 앨범에선 제외됐다.
특히 앨범에 수록된 ‘명동콜링’은 카더가든이 리메이크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은 곡이기도 하다. SBS ‘더 팬’에 출연한 카더가든은 이 곡을 편곡해 부른 무대로 호평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최종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카더가든은 경연 후 SNS를 통해 크라잉넛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원곡: 크라잉넛 ‘명동콜링’
1995년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1996년 펑크록 앨범을 낸 최초의 국내 인디밴드다. 홍대 인디씬을 일으킨 1세대 스타였고, ‘펑크록 밴드는 거칠다’는 편견을 깨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거부감 없는 음악으로 만들어내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에도 성공했다.
‘명동콜링’은 2006년 발매된 5집 ‘OK목장의 젖소’의 더블타이틀곡 중 하나로, 캡틴락(베이시스트 한경록)의 자작곡이다. 곡의 제목은 영국의 전설적인 펑크록 밴드 클래시의 곡 ‘런던콜링’에서 이름을 따왔다.
레게리듬의 펑크 곡 ‘명동콜링’은 이중적인 색이 담겼다. 시끄러우면서도 잔잔한다. 상반된 두 개의 단어가 이 한 곡에 담겨 있다. 유쾌하지만 슬픈, 경쾌하지만 심오한 곡이다. 비교적 빠른 템포의 비트를 사용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가사와 멜로디로 크라잉넛 특유의 분위기를 응축한 곡이라고 볼 수 있다.
‘명동’의 거리에는 누군가의 다양한 추억과 기억들이 담겨 있다. 멤버들 역시 “1980년대 민주화 투쟁부터 종교 문제, 패션 등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담겨있는 것 같다”면서 가사를 만든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리메이크곡: 카더가든 ‘명동콜링’
카더가든이 부른 ‘명동콜링’은 2018년 SBS 예능프로그램 ‘더 팬’을 통해 공개됐다. 크라잉넛 5집에 수록됐던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편곡에 이름을 올린 차정원은 카더가든의 본명이다.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만든 곡들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자신의 곡들은 물론 혁오의 ‘톰보이’(Tomboy)의 작곡에도 참여한 바 있다.
‘명동콜링’은 크라잉넛이 부른 원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부각시킨 발라드풍으로 편곡해 하나의 서사로 완성해냈다. 소절마다 다른 느낌의 색을 칠하고, 메시지의 기승전결을 목소리로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편곡 방향도 좋지만 더 인상적인 건 카더가든의 목소리다. 한마디로 ‘절창’이다. 몽환적이면서도 담담하게 내뱉는 목소리에서는 큰 공간감까지 느껴진다. 실제로 ‘더 팬’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불렀을 당시에 사운드는 온 장내를 다 뒤덮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