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난류성 어종 출현 증가, 초대 않은 불청객도 등장
외래종 갯끈풀 등 유해 해양생물, 관리하고 막아내야
변화 중인 우리 바다 생태계
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과의 주산지가 경북 영천에서 강원도 정선으로 이동하고, 제주에서만 생산되던 감귤은 전남 고훙과 경남 통영에서도 재배를 시작 하는 등 농작물의 주요 생산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육상뿐만 아니라 우리 바다의 생태계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텐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 바다의 해수온도는 지난 50여 년간 약 1.23도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바닷속 생물상의 변화도 다양한 경로로 감지되어 오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장기화되자 전 국민 생활수칙 준수 일상화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인 ‘뉴 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는 우리 바다에 낯선 뉴 노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기획 연재의 네 번째 주제는 ‘변하고 있는 우리 바다 생태계’이다.
◆기후변화로 만나는 뉴 노멀 우리 바다 생태계
해수 온도 1도 상승은 육상 온도의 10도 상승의 파급력에 비교될 만한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 진행이 지속되면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해양생물의 서식지는 점차 북상할 것이고, 물고기의 산란시기 및 산란장도 서식에 적합한 수온을 따라 이동할 것이다.
실제 동해안의 대구, 도루묵 등 한류성 어종이 감소하고, 멸치, 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증가하는 등 우리 바다 어류자원은 점차 변하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 최동단에 위치한 독도 바다에는 남쪽에서 새로 이사 온 생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제주도 바다 속에서 화려한 군무를 펼쳐는 모습이 장관이라 제주도 특산품이라 불리던 자리돔이 독도 바다에 적응해 큰 무리를 이루고 있고, 역시 제주에서나 보이던 파랑돔도 독도 주변 해역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제주도 문섬~부산 남형제섬~독도에 이르는 해역에서 난류성 어종 출현 비율이 증가했음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작년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에 따르면, 연도별 난류성 어종 출현양상은 2015년 52.3%에서 2016년에는 65.5%, 2017년 64.1%, 2018년 67.2%, 2019년에는 68.8%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한편 제주도 인근에서 출현하던 소라가 약 350km 북쪽으로 떨어진 울진 인근에서도 발견되는 등 서식 분포 범위의 확대도 보고(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 2019년)된 바 있다.
또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산호충류가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난류의 흐름을 따라 점차 분포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유착나무돌산호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감지하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수 거문도, 울진 왕돌초를 거쳐 독도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는 우리 바다에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을 불러 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주로 아열대성 해역에 분포하는 맹독성 파란고리문어가 부산, 울산 앞바다에 출현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제주도에서 2012년 처음 발견된 이후 발견 빈도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파란고리문어는 복어에서 발견되는 테트로도톡신을 가지고 있어 청산가리의 10배에 달하는 독성으로 물리면 매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해수욕장 방문객, 바다 낚시객 등 맨손으로 파란고리문어를 잡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연안에 출현하는 독성 해파리는 또 다른 불청객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성체의 크기가 1m, 무게가 200kg에 달하는 대형 해파리로 해수욕장에 자주 출몰해 피서객들에 피해를 준다.
이 해파리는 올해 여름 특히 번성해 주의 특보가 내려지기도 했는데, 과학자들은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해파리의 특성상 향후 대량출현이 더 늘어나고 연중 발견시기가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해 해파리처럼 우리바다 생태계 서식환경에 교란을 가져오고 있는 갯벌 파괴자가 있으니, 바로 갯끈풀이다. 강화도와 서해안 지역 등에 서식하며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갯벌을 파괴하고 있다. 빽빽한 군락 안에 퇴적물을 침전시켜 갯벌을 육지로 만들고 토종 염생식물의 서식 공간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가장 악성의 침략적 외래종’ 100종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해한 해양생물이다. 외래종인 갯끈풀의 출현은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변해가는 우리 바다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하겠다.
과거와 달리 우리바다 생태계는 점차 변하고 있고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그 변화상을 감지할 수 있다. 우리 바다의 아열대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어쩌면 이는 우리가 받아 들여야 하는 뉴 노멀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우리 바다에 새롭게 들어오는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를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슬기롭게 이용하는 것, 그리고 때로는 위협으로 다가오는 해양 생물을 관리하고 막아내는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숙제일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해 10년마다 ‘해양생태계 보전·관리 기본계획(제2차, 2019~2028년)’을 수립하고 있다.
해수부와 함께 해양생태계를 진단·평가하는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해양환경공단의 박승기 이사장은 “우리 바다를 지속적이고 과학적으로 감시해 생태계 변화가 감지되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적응 전략이 수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