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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에도 금융사 모르쇠…금융당국, 금소법 강화로 반격 태세


입력 2020.08.21 06:00 수정 2020.08.21 08:35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편면적 구속력' 담은 금소법 개정안 발의…소액분쟁사건 강제성 부여

'재판청구권 제한' 반발…'무용지물' 분쟁조정 돌파구 마련할까 '촉각'

키코(KIKO)에서 라임펀드에 이르기까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권고안에 일선 금융회사들이 잇단 반기를 들고 나선 가운데 구속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 등 제도 손질이 본격화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키코(KIKO)에서 라임펀드에 이르기까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권고안에 일선 금융회사들이 잇단 반기를 들고 나선 가운데 구속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손질이 본격화되고 있어 감독당국이 ‘종이호랑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금융감독원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최근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조정사건을 대상으로 편면적 구속력을 반영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임원회의에서 분조위 실효성 제고를 위한 ‘편면적 구속력’ 추진 의사를 밝힌지 하루 만이다.


이 법안은 금융감독당국이 마련한 분쟁조정안을 양 당사자(금융회사-금융소비자) 가운데 금융소비자가 수락할 경우 금융회사 의사와 관계없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액분쟁조정에 대한 권고안에 사실상의 강제력을 더한 것이다.


이 의원은 “권고안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국내와 달리 영국과 호주, 일본, 독일 등에서는 소액분쟁사건에 대해 금융소비자가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경우 재판상 화해 또는 민법상 화해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여 일반금융소비자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입법 배경을 밝혔다.


금융당국과 여당이 이같은 제도 마련에 나선 것은 끊이지 않고 있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감독당국이 제시한 분쟁조정안이 사실상 ‘무용지물화’ 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대규모 환매사태가 빚어진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금감원 분조위는 부실을 인지한 후에도 상품을 판매했다며 ‘원금 전액’ 배상을 권고했으나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한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키코' 역시 이같은 방식으로 6개월을 끌다 불수용 의사를 나타냈다.


이는 결국 분조위 조정안의 법적구속력이 없다보니 금융회사는 분쟁조정안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들의 피해 구제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 관계당국 판단이다. 특히 분조위 권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거대 금융회사들과의 법적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그에 대한 경제적·시간적 부담 등에 대한 압박은 고스란히 일반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현 제도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선 금융회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분조위 결정이 확정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이를 강제하면 헌법 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분쟁조정 민원이 많은 보험사 등의 내년 3월 시행될 금소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도 이같은 이유로 편면적구속력 조항은 끝내 배제된 바 있다.


한편 분조위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일반금융소비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집단분쟁조정제도'에 대한 논의도 함께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금감원이 지난 2014년 등 해마다 도입을 천명해 왔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집단분쟁조정제도'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분쟁조정사건에 대해 피해자를 하나로 묶어 일괄 처리하는 제도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집단분쟁조정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금융분쟁조정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헌법 상 기본권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데다 발의법안의 경우 모든 분조위 결정이 아닌 2000만원까지로 한정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5억까지 분쟁조정의 구속력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범위 역시 과도하지 않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실효성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고 설명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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