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피해복구 손길도 부족 우려
이제는 폭염에 대비, 우선 방제와 생육도 살펴야
살아남은 농작물 상품성도 문제, 제값받기 어려워
올해 50일이 넘는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가 전국적인 집중호우를 동반한 영향으로 극심한 농작물의 피해가 현실화 되고 있다.
가히 물폭탄이라 할 만한 호우로 곳곳에선 산사태가 나고 제방이 무너졌고 건물과 도로, 농경지가 침수됐다. 전국 18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으며 2차 재난지역 요청도 잇따랐다.
익어가던 벼의 침수와 하우스단지가 흙탕물에 잠기고 폭삭 주저앉았을 뿐 아니라 과수농가는 부족한 일조량에 생육이 저하되는 등 농가 피해가 속출했다.
비는 그쳤지만 이번에는 폭염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습도가 높은 무더위에 이미 오염된 농작물들을 살리기 위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농작물 피해는 서민들의 소비생활과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신속한 방제와 생산량 및 수급에 대한 조정이 시급해, 정부도 관련 대책을 내놓고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다.
장마가 끝난 직후인 16일 기준 피해 상황은 총 2만9281ha에 달했다. 주로 침수 피해가 커 2만7633ha가 물에 잠겼으며, 낙과는 308ha, 유실·매몰은 1340ha로 집계됐다.
그 중 밭작물은 1235ha, 채소류 2010ha, 시설물 7ha 등이 피해를 입었다. 가축도 한우 1220마리, 돼지 6928마리, 닭·오리 등 가금류 192만6278마리, 염소 479마리가 폐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적기 방제를 하지 않을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광역살포기와 드론 등 방제장비를 총 동원해 방제를 실시 중이며 이후 발생상황을 감안해 추가 방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기상여건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8월 들어 계속된 집중호우로 일조량이 적고 습도가 높아 농작물 생육과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병해충이 예년보다 많이 발생했고 향후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장마가 그치자마자 주어진 연휴기간 동안 재확산 된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대대적인 농작물 피해복구 손길마저 부족한 실정이 됐다.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련기관들이 피해 복구에 나서기도 했지만 워낙 피해지역과 범위가 많아 농민들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침수된 농작물의 생육회복이 급선무로, 기온이 높아져 생길 수 있는 해충이나 역병, 탄저병 방제도 관건이다. 볕에 작물이 타들어가는 피해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살아남은 농작물의 상품성도 문제가 될 여지가 많다.
이미 빗물에 뿌리가 약해져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제대로 자라기 힘든 상태이기 때문으로, 농민들은 상품성이 떨어지면 농산물은 제값을 받기 어렵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충남 보령시 남포면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김 씨(65)는 “그나마 우리 지역에서는 비 피해가 덜했지만 포도 등 과수는 물에 약해 빗물에 오래두면 상품화 할 수가 없다”면서 “지금이 포도 수확기로 출하를 해야 하는데 당도가 떨어져 햇볕을 더 본 10일 이후에나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씨는 농장에 포도를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에게 지금은 팔 포도가 없다면서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이나 풍수해보험 등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피해를 본 작물들이 가입 대상에서 빠져 있어 보상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는 유난히 따뜻한 겨울에 이어 봄철 냉해를 입고, 우박이 떨어지고, 긴 장마와 폭우까지 재해가 겹친 상황이라 보험관련 요구도 봇물을 이로는 등 보상단가와 보장율 문제도 이번 기회에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농수로를 정비한다고 해도 이미 수확기를 넘어섰던 작물들은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보상을 받아도 보험료 할증의 문제가 있고, 갈수록 빈번해지는 자연재해로 농작물 재해보험 손실률이 커져 보험사 측의 보상기준이 까다로워진다는 것이다.
또 과수의 경우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 기준이 상품성이 아니라 낙과가 기준으로, 보상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등 손실률에 대한 예산 확보나 보험의 인정, 품목별 설계 등 정책적인 보완도 있어야 될 것이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고개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