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형 선박 발주 65% 급감 …중형사 수주 작년 60% 그칠 듯
STX조선·한진중공업 등 구조조정 단행…불확실성 여전해 반등 '미지수'
올해 조선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중형 조선사들의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진중공업, STX조선, 대선조선 등 중형 조선사들은 탱커(유조선)를 중심으로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금융권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는 지난해의 60~7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글로벌 조선 시황이 크게 위축돼 전반적으로 발주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중형조선사 2020년도 2분기 및 상반기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5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58.3% 급감했다.
해운 시장 부진으로 발주액 역시 138억4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보다 62.3% 줄었다.
중형 선박 시장은 타격이 더 크다. 올 상반기 글로벌 중형선박 발주량은 244만CGT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5.0% 대폭 감소했다.
특히 중형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발주량이 각각 82.1%, 54.8% 급감하면서 조선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나마 중형 탱커 발주량만 20%대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발주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도 크게 감소했다. 상반기 수주량은 16만CGT로 전년 보다 38.7% 줄었고 수주액 역시 44.5% 축소된 2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2분기 수주는 탱커 2척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70.3% 급감했다. 같은 시기 수주액은 1억 달러로 전년 보다 70.3% 줄었다.
이 같은 수주 부진이 지속될 경우 올해 전체 수주금액은 6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9억1000만 달러 대비 60~70%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 여파·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시황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소한 50~60달러 이상으로 올라야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저시황 기조에서는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벌크선의 경우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를 독식하고 있는데다, 3000TEU(20피트 컨테이너 크기)급 이하 피더 컨테이너선 역시 수요가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일감난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에 애를 먹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중형 조선소는 상선 길이 100m 이상, 1만dwt(재화중량톤수)급 이상 또는 이에 상응하는 특수선 등의 강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 한진중공업 등이 있다.
올해 상반기 중소형 조선사들은 수주절벽을 이기지 못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진중공업은 6월 중순부터 말까지 생산직 및 사무직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이어 2년째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2월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 부실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후 채무 조정과 함께 부실 원인이던 수빅조선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이 같은 성과로 지난해엔 영업흑자를 달성했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고정비 절감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수주난을 겪고 있는 STX조선 역시 고정비 감축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며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앞서 STX조선은 지난 2013년 경영난으로 자율협약에 돌입해 자금을 수혈 받았지만,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2016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자금난 해소 노력에도 나아지지 않자 STX조선은 2018년 6월부터 6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생활고를 이유로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경남도와 창원시가 나서 공공근로 사업을 제안하며 일단락됐다. 최근 STX조선은 8개월 만에 6600t급 탱커 3척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경영정상화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
조선사들의 업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코로나 리스크가 해소되고 국제유가가 올라야 한다. 투자심리가 개선돼 신조 및 교체수요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다 록다운(봉쇄) 조치 우려도 상존하는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박사는 "올해 중형조선사 수주는 2016년 수주절벽 사태까지는 아니지만, 지난해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유가가 정상화된다면 내년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