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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 두고 갈등 빚는 정부-의료계, 해법 없을까


입력 2020.08.17 06:00 수정 2020.08.15 11:33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정부 공공의대 설립해 10년간 4000명 증원 방침

지역 가산수가 등 지역의료체계 개선 등 근본적 대책 필요

집단 휴진에 들어간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의대 정원 확대 철회 등을 촉구하며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궐기대회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는 가운데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예고→집회→정책 강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14일 의료계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충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방안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이들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하루 집단 휴진을 강행했다.


일반 의사가 아니라 수련 중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까지 파업을 벌인 것은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추진 반대 등에 이어 세 번째다.


집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5개 권역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부산은 부산시청 앞, 광주·전남은 김대중컨벤션터, 대구·경북은 대구스타디움 야외공연장(서편광장), 대전은 대전역 등에서 각각 열렸다.


갈등의 핵심은 의대정원 확대 문제다. 정부는 의사 부족현상 해소를 위해 의사 수를 늘려야한다는 입장이고, 의사들은 무작정 의사 수만 늘리는 대신 지방 의료기관에 적정 수가를 맞춰주고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유도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2차 유행을 대비해야 하는 정부는 절충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정원확대 방침을 되돌릴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지역의사 선발해 의료 불균형 해소"


한국 의사 수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필수 분야 인력은 더 부족하다는 게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017년 기준 1.89명(한의사 포함 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명에 못 미친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간 불균형에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은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가 3.1명, 강원 1.8명, 충남 1.5명, 경북 1.4명이다. 지역 간 격차가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응급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뇌질환 사망률이 강원 영월군의 경우 서울 동남권보다 2배 이상 높다”며 “어느 지역에 살든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인기 분야 인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전문의 10만여명 가운데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에 그쳤다. 기초 의과학 분야에는 의사가 더욱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의약품, 의료기기 산업 등 의료산업에 종사하는 의사 과학자는 2017년 전국에 총 67명이었다.


이에 정부는 2022년부터 뽑는 4000명을 꼭 필요한 지역과 분야의 인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는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올해 고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3458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매년 400명씩 10년간 뽑아 2031년까지 의사가 4000명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400명 중 ▲300명은 지역에서 최소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하는 지역의사 ▲50명은 감염내과, 소아외과 등 특수전문 분야 의사 ▲나머지 50명은 바이오·메디컬 분야 의과학자로 한정해 뽑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의대 재학기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에서 필수의료(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의사로 근무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고 다른 지역이나 다른 분야 병원에서 근무할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장학금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


의료계 “기피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 수가와 처우 개선이 해답”


의료계 역시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그 해법이 의사 증원밖에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OECD 회원국 중 의사 수가 적다는 이유로 의사를 늘리는 것보다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OECD 통계를 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3.1%로 회원국 평균인 0.5%를 크게 웃돈다. 이 추이대로라면 2028년이면 OECD 회원국 평균 의사 수를 따라잡게 된다.


또한 의료접근성을 반영하는 국토 면적당 의사 수는 우리나라가 10km²당 1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다. 국민 1인당 의사 상담건수도 16.6회로 OECD 평균인 6.8회의 2배 이상이다.


의료계는 낮은 수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수도권 등 기피 지역이나 기피 과목이 생기는 이유는 높은 위험 대비 낮은 보상 때문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력만 늘려봐야 해당 지역이나 분야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의무복무 10년을 마친 뒤 수도권으로 몰려들면 지역 쏠림 현상만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필수의료의 의료 수가를 개선하고 충분한 대우를 해줘야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서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 처우 개선이 더 적합한 해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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