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생태계, 비교적 안정적 보전
육지서 가장 먼 섬, 격렬비열도·가거도·문섬의 해양생물
끝단 섬 생물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무인도서 종합정보제공,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총 3348개(유인도서 470개, 무인도서 2878개)의 섬이 존재한다.
섬은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만조일 때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상지역을 말한다. 섬의 생태계는 육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간섭이 적어 안정적인 상태로 보전돼 있다.
섬의 생물상은 해안 특성, 기후 등 다양한 환경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특히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끝단 섬에서는 더욱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이번 기획연재 세 번째 주제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끝단 섬 생물들’이다.
◆해양보호생물 가치를 지킨다···파래가리비·해중림 군락·착생깃산호·연산호
섬에 사는 해양생물들은 다양한 물리, 화학, 생물적 스트레스에 적응해가며 살아간다. 상부층은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 건조한 곳에서도 생존력이 높은 생물이 서식하고 하부층은 대부분 바닷물에 잠겨있어 풍부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아 비교적 양호한 서식환경이 조성된다. 하지만 각각의 환경이 갖는 장·단점 때문에 어느 한쪽이 생물에게 최적의 환경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끝단 섬의 바다에는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아 해양보호생물 등 희귀한 생물이 잘 보존돼 생태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으며, 가장 외곽에서 해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상의 변화를 감지하기에 용이하다.
서해안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태안 격렬비열도는 약 7000만 년 전에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섬으로, 서해의 독도라고도 불린다. 바다 속에는 대형 갈조류가 울창한 바다숲을 이루고, 해양보호생물인 상괭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파래가리비가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신안 가거도는 우리나라 서쪽 최남단에 위치하며, 해산 무척추동물인 해면류가 국내 최대 규모로 서식하고 많은 홍합 군락과 해중림 군락이 발달돼 있다. 이러한 풍부한 서식처로 인해 많은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고, 해수부는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가거도를 2012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다도해 최남단 섬인 여수 거문도에는 대형 해조류가 바다숲을 이루고 있으며, 해양보호생물인 착생깃산호가 국내 최대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 2019년)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인 유착나무돌산호의 서식지가 새롭게 발견됐으며 이 생물은 지구 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감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고 한다.
제주 문섬은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해양생물로 인해 국내 스쿠버다이버들의 성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연산호(soft coral) 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주도 해양생태계의 깃대종(한 지역의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생물)이라 할 수 있다.
문섬은 연중 수온이 높아 온·아열대 생물의 종류가 다양하며, 이러한 생물다양성과 수려한 경관 때문에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동해의 끝단 섬이자 영토주권의 상징인 독도는 따뜻한 난류와 차가운 한류가 만나서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감태와 대황을 포함한 약 90여종의 해조류가 서식하고 있어 단위면적당 생물량이 국내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해조류 군락이 ‘바다사막화’ 때문에 위협을 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해양산성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바다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영향을 적게 받는 성게의 수가 급증해 독도 해양생물의 터전인 해조류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해수부와 해양환경공단은 매년 현지주민 및 관련 기관들과 함께 성게를 제거하고 돌돔 치어를 방류하는 등 독도의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끝단 섬의 해양생태계는 높은 생물다양성과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기후변화나 개발 등 작은 외부 간섭으로 인해 언제든지 훼손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리바다의 끝단 섬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은 “끝단 섬을 포함한 우리 바다의 생태계 변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신속하게 변화를 파악하고, 해양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