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재 세율도 전 세계 최고 수준”
액상 흡입횟수 등 정부 측 근거 납득 못해
유해성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액상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율이 기존 대비 두 배로 인상되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데다 앞서 전자담배 기기 할인 및 판촉 금지에 이어 이번 세율인상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생존을 위해 무력시위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내년 1월부터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오른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소세는 니코틴 용액 1㎖ 당 370원, 1.5㎖당은 594원이 부과되지만, 내년 1월부터는 1㎖당 740원, 0.8㎖당 594원으로 각각 2배씩 오른다.
개소세 과세대상 담배 범위에 연초의 ‘뿌리‧줄기’ 추출 니코틴 등을 원료로 제조된 담배도 추가된다. 현재는 담배사업법상 연초의 ‘잎’이 원료인 담배만 개소세를 매기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전자담배 기기장치 등의 판촉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법률안에 따르면 앞으로 담배, 전자담배 등에 대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제품 시연, 할인권 제공 등 판촉 행위가 금지된다. 제품 비교를 유튜브 등 온라인에 올려서도 안 된다. 위반 시 3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전자담배업계는 정부의 잇따른 제재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세율이 인상된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미국에서 ‘중증 폐질환’ 사례가 발생하고 우리나라 정부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대책을 내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정부의 권고대책이 발표됐던 지난해 4분기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3분기 판매량 980만포드(1포드=1갑) 대비 90%가량 줄어든 100만 포드로 집계됐다.
불안감이 커지고 수요가 줄면서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 ‘쥴(JUUL)랩스’는 한국 시장 진출 1년 만인 지난 5월 철수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측은 “지난 수개월 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세율 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소통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철저하게 묵살했다”며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통한 정식 공문을 발송하면서까지 답변과 사전 협의를 요청했지만 연락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세법개정안은 수천 명에 달하는 영세한 액상형 전자담배 점주들의 밥줄을 끊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조치”라며 “최근 복지부가 전자담배 기기에 대한 할인과 판촉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더니 이번에는 세금 인상으로 업계를 두 번 죽이려 한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 악법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는 “세법개정안이 적용되면 액상형 전자담배 90ml는 세금만 30만원 이상 부과되는 결과가 된다”며 “세금만 30만원이 넘으면 실제 소비자가격은 40~50만에 육박하게 돼, 궐련(한 달 30갑)에 비해 3~4배나 비싸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이 이미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여기에서 더 인상하겠다는 것은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의미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민 증세 신호탄이란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우리나라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은 세계 2위인 미국 코네티컷주나 3위 포르투갈 대비 3~4배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세율 인상 근거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정부가 ‘동일 행위, 동일 과세’라는 원칙에 따라 흡입횟수를 기준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연초)을 비교하면서, 전자담배 액상 0.8ml의 흡입횟수가 200회가 넘는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한국 시장에서 이미 철수한 쥴(juul)이라는 외국 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일 뿐이며, 정부는 이를 증명할 어떠한 실험결과나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총연합회가 실시한 실험에서는 쥴(juul) 0.7ml 액상은 최대 81회 흡입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가 주장하는 0.8ml가 궐련 1갑의 흡입횟수인 200회와 동일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세율 인상에 앞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기준부터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당초 올 상반기 내 예정됐던 식약처의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결과가 미뤄지는 것에 대해 “연구결과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궐련에 비해 현저히 낮게 분석돼, 이번 세법개정안 발표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발표를 미룬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