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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경제 시대-끝] 나라 곳간 말라가는데…"퍼주자" "더주자" 난무


입력 2020.06.16 06:00 수정 2020.06.15 17:1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국가채무 매년 100조씩 증가, 2022년이면 '1000조원 시대' 진입

채무비율 마지노선 '40%→50%' 후퇴…'혈세 퍼주기' 경쟁 우려

한국은행 본점에 시중은행에 공급할 명절자금이 쌓여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오는 2022년이면 우리나라는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민간경제연구소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긍정적으로' 분석한 전망치로, 그만큼 향후 국가 재정건전성 부실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발표된 재정건전성 수치들은 줄줄이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1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 총량 효과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올해 3차례의 추경 영향을 반영했을 때 올해 국가부채는 840조2000억원으로 111조4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국가부채는 내년 935조3000원으로 뛰다가 2022년에 1030조5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문제는 국가부채의 증가 속도다. 기재부의 전망치만으로도 향후 매년 100조원씩 늘어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에서 올해 말 43.5%로 급등한다. 3차례에 걸친 '역대급 추경'의 여파가 반영된 결과다.


재정건전성 지표는 악화일로다. 정부의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본예산 기준 37조6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을 거쳐 112조2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1년 만에 74조6000억원 늘어난다.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9%에서 5.8%로 치솟는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 4.7%가 가장 높았었는데, 이를 1%포인트 이상 뛰어넘게 됐다. 그동안 적자비율이 3%를 넘어선 것은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세 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0%선을 넘어 2년 뒤엔 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비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1.4%를 기록한 뒤 10%대를 유지하다 2004년에는 22.4%로 올라섰고, 2011년 30.3%까지 상승했다. 기재부의 전망대로라면 30%대에서 40%선을 돌파하는데 7년이 걸린 국가채무비율이 불과 2년 만에 50%선을 넘기게 된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40%선'을 건전한 재정관리의 마지노선으로 잡았지만, 이 마저도 무너트린데 이어 '국가채무비율 50%시대'라는 새로운 기준에서 나라 곳간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확장적 재정정책기조에 따른 부채증가 문제는 향후 국민들이 짊어져야할 부담이다. 현재 전망치만으로도 '최악의 부채정부'로 기록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우리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재정건전성 약속을 못 지키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AA-는 네 번째로 높은 투자 등급으로, 대만 벨기에 카타르 등과 같은 수준이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국가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게 되고, 이를 다시 되돌리는 데에는 몇 배의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에선 국가채무 증가가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겪었던 일이다. 당시 주요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외환위기 이전 등급을 되찾는 데에만 13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현재 정치권에서는 제2의 긴급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하다는 등 '재정살포 정책' 논의가 한창이다. 자칫 경제는 살리지 못하고 재정만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곳간을 풀어서 인심을 사겠다는 정치권은 "퍼주기", "더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급격한 재정적자 증가는 향후 재정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당장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증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국가채무가 과다하면 정부의 재정활동에 부담을 주고 금리급등, 경기침체 등 충격이 발생할 때 위기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부채경제의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고통을 수반하는 디레버리징 노력과 재정효율화, 혁신적인 통화·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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