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신규환자 50명 또 넘어
고위험군 집단감염으로 방역 당국 비상
병상 부족 대비해 생활치료센터 확보 시급
수도권 방역이 중대기로에 섰다. 코로나19 고위험군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른 가운데, 환자 급증으로 인한 병상 부족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환자는 전날 같은 시각보다 56명 늘었다. 환자수가 50명을 넘어선 건 지난 10일 이후 이틀 만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의 기준선인 '일별 신규환자 50명 미만'이 연일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감염병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수도권 중심의 산발적인 집단감염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가 이어져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오늘 수도권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를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추가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2차 대유행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언급한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는 지난달 28일 내려진 조치로, 애초 이달 1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집단감염 여파로 수도권 환자 발생이 한 자릿수로 줄 때까지 관련 조치를 무기한 연장키로 했다.
방역 당국은 고위험 시설에만 적용돼온 전자출입명부 의무화 제도도 수도권 학원과 PC방으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방역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관련 대책을 내놓은 셈이지만, 집단감염 여진으로 당분간 환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서울 관악구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발 확산이 수도권 최대 확산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관련 환자는 이날 12시 기준 139명에 달한다. 전날 같은 시각보다 무려 23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 연결고리는 △중국동포 교회쉼터(서울 구로구) △프린서플 어학원(서울 강남구) △SJ 투자 콜센터(서울 강서구) △하나님의 교회(경기 성남시) △예수말씀실천교회(인천 남동구) 등 최소 8곳 이상이다.
감염 연결고리가 경기‧인천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치명률이 높은 고령자 중심으로 환자가 늘고 있어 방역 방국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오 기준 리치웨이 관련 환자는 △65세 이상 환자 62명(44.6%) △40세~64세 환자 59명(42.4%) △19~39세 환자 15명(10.8%)이다. 같은 날 0시 기준 60대 이상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277명)의 92.78%(257명)로 파악됐다.
"수도권 생활치료센터 늘려야"
경기‧인천 병상, 이미 여유 없는데
정부는 이제야 "선제적 준비하겠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환자 급증으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다. 코로나19 격리 병상이 하나 둘 채워져 가는 상황에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구 대유행 당시처럼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 경증 환자들이 △국가지정격리병상 △감염병전담병원 △지역거점병원에 입원하고 있다며 "이렇게 환자수를 늘려놓은 상태가 지속되면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져 혹시 모를 대규모 환자 발생 시 긴급 대응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 특히 경기‧인천 지역 병상에 여유가 많지 않다며 "수도권 내 생활치료센터를 늘려 경증 환자나 급성기를 지난 회복 환자를 미리 이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서울은 생활치료센터 시설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고 인천과 경기도는 병상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병상 공유를 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하니 생활치료센터는 경기도와 인천이 제공하고 서울은 중등도 이상 환자를 맡는 '교환전략'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교수는 최근 수도권 누적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속도전'을 펴야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가 27일에 달하는 데다 50일 넘게 입원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방역 당국은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병상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치료체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며 "공동병상 대응체계계획을 조기에 확정하고 지자체의 생활치료센터 외의 국가지정 공동생활치료센터도 미리 신설하고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