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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부터 6·10, 촛불까지'...운동권 서사 왜 확장시킬까


입력 2020.06.12 00:05 수정 2020.06.12 05:05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文 "6.10은 3.1운동부터 시작된 승리 역사"

동학농민운동부터 촛불혁명까지 연결 일환

'민주화' 정통성 확장으로 정당 토대 강화

보수진영도 ‘새로운 서사’ 필요하다는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6.10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3년 만에 6.10 항쟁 기념식에 직접 참석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호헌 조치를 철폐하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뤄낸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6.10 항쟁의 의미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6.10 항쟁은 3.1운동부터 시작되는 ‘민주화 투쟁사’의 한 과정이며,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당위로 이어진다.


실제 문 대통령의 기념사 말미에 "6·10민주항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다. 3·1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동권 서사를 근현대사의 큰 흐름으로 포장하는 작업은 문 대통령 취임 때부터 꾸준히 계속됐다. 관련 행사 때마다 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항쟁에서 나타난 민주화 열망이 6.10항쟁으로 이어졌고, 촛불혁명으로 완성됐다'는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 집권 초기 헌법개정안에 이를 못박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4.19 혁명의 이념을 계승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법적' 공인을 받으려는 시도였다.


비단 4.19혁명뿐만 아니라 3.1운동까지 잇는 작업도 병행했다. 3.1운동 역시 '국민주권 회복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다르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나아가 동학농민운동까지 범위를 확장한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여름휴가 때 3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중 하나가 동학농민운동 당시 시대상황을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 '국수'였다.


이 같은 민주화 운동의 정통성 강화로 민주당이 얻는 정치적 이익은 상당하다.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형성된 시대정신은 정당의 굳건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5.18은 호남과 운동권이 정치적으로 결합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역사적 사건이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집권 정통성을 확장하는 의미도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진보진영의 역사는 독재항거로 요약할 수 있는데, 60년을 집권한 보수진영과 비교하면 다소 한정돼 있다”며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집권을 위해서는 항일투쟁부터 촛불혁명까지 정통성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진보진영의 서사 확장에 맞서 보수도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진영을 지탱해왔던 ‘산업화’ 성공스토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되고 시대가 변하면서 상당부분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주간동아’ 기고문에서 “보수는 박정희에게 고도성장만 보지만 사실 그것보다 훨씬 다면적이었다. 적어도 박정희는 국가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도입하고 고교평준화를 실시했다”며 “평등의 가치와 미래비전, 복지국가와 기술입국 비전을 놓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보수는 보수의 가치를 신자유주의에 권위주의를 결합한 것으로 축소시켰다”며 “보수주의자라면 ‘국가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전쟁만이 아니라 빈곤으로부터도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앞에는 아직 가보지 않아 깜깜한 미래가 놓여있다. 보수는 그 어둠을 향해 앞으로 빛을 던지는 전조등, 즉 기획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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