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료·냉동피자·냉동만두 시장 지각변동…“1위 향한 경쟁 심화”
제품 상향평준화와 스마트컨슈머 등장 변수로
‘1위 자리’를 쟁취하기 위한 식품업계의 점유율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제품의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기업간 경쟁이 심화됐고, 똑똑한 소비자가 크게 늘면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약화된 탓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30년 독주를 이어가던 한 기업의 주력 제품이 하루아침에 1위 자리를 뺏기는가 하면, 단번에 1위로 박차고 올라오는 제품까지 등장하는 등 갈수록 업계 간 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죽’으로 업계 1위였던 동원F&B ‘양반죽’을 앞질렀다. 비비고죽은 시장 점유율 39.4%로 1위를 차지한 반면 ‘양반죽’을 앞세운 동원F&B는 39.1%로 떨어지면서 2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는 무려 28년 만이다.
양반죽은 지난 1992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2018년 CJ제일제당이 상온 파우치죽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듬해 양반죽의 시장점유율은 60.2%에서 43.4%로 떨어졌다. CJ제일당은 최근 ‘프리미엄’ 죽을 출시하며 이같은 성장세에 힘을 보내고 있다.
같은 달 음료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었다. 롯데칠성음료가 1998년 이후 단 한번도 놓지 않았던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수 있는) 커피 시장에서 업계 2위 동서식품에게 1위 자리를 뺏기면서다. 롯데칠성의 RTD 커피 시장점율이 25%를 하회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1인가구가 늘면서 냉동피자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들의 반격이 매섭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냉동피자에서 시장 점유율 20.7%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국내 냉동피자 부동 1위는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오뚜기다. 2위는 지난해까지 CJ제일제당이 차지했다. 그러나 올 들어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노엣지·크러스트 등 프리미엄 피자로 시장을 공략한 풀무원이 CJ제일제당의 자리를 꿰찼다.
만두 시장에도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냉동만두 하면 1987년 출시된 해태의 ‘고향만두’가 절대적이었으나 2015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만두를 출시하면서 20년간 5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국내 만두 시장을 지배했던 해태 고향만두를 제쳤다.
작년부터는 풀무원이 CJ제일제당을 맹추격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10%로 4위였으나 올해 초 내놓은 ‘얇은피 꽉찬 속 만두’ 인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 20.8%를 기록, 2위로 올라섰다. 현재 3위는 해태, 4위는 동원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의 ‘상향평준화’에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제품이 대박을 터뜨리면 ‘만년 1등’이 가능했다. 그만큼 해당 제품만 선택하는 충성고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과거와 비교해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크게 늘었고, 맛뿐만 아니라 트렌드와 가성비, 영양 등을 꼼꼼히 따지는 ‘스마트컨슈머’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1위 제품이라도 지속적인 혁신없이는 안주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
또 가격할인, 굿즈 마케팅 등 소비자 이탈을 가속화 시키는 다양한 요인이 새롭게 떠오른 것도 한 몫 했다. 업계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식품기업이 늘어난 점도 지각변동의 원인으로 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의 품질 수준이 상향 조정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특히 급격하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의 경우 트렌드 반영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간편함, 가성비, 고품질을 만족시키는 제품력이 뒷받침 돼야만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