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IR 활동 불가…외형 확장 부담에 계획 축소
2차 대유행 예견…올해 사실상 글로벌 행보 올스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중은행들의 글로벌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의 해외 출장길이 막히는 등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돼서다. 은행들은 당초 수립했던 해외진출 계획을 축소 조정하는 등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언급한 글로벌 사업 계획을 현재 수정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미얀마에 지점 4곳을 신설할 계획이었던 국민은행은 이 계획을 하반기로 미뤘다. 코로나19 확산 등 현지 사정으로 일정이 연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은행업 예비인가를 취득했으며 올해 말을 목표로 본격적인 현지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특히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뱅킹서비스를 포함한 주택청약 프로세스, 모기지대출, 기업금융·인프라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향후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미얀마 근로자의 한국어 시험 응시를 돕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에 지점 2곳을 개설하고 소액대출금융기관(MDI)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잔여지분 30%를 추가 인수할 계획도 꾀하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4월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에 대한 매매대금 6억300만 달러 지급을 완료했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으로 캄보디아 내 180여개의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로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KB금융 계열사로 편입됐으며, 국민은행은 내년 말 이후 잔여지분 30%를 추가 인수해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020년 지점 계획을 수립하면서 올해 해외 점포를 두 곳 늘릴려고 했지만 현재 이 계획을 접은 상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안으로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 8곳(현지법인 자지점 포함)을 신설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대만 타이베이, 인도 뭄바이·벵갈루루 지역에 지점을 여는 동시에 중국 현지법인 하나은행유한공사의 자지점 형태로 추가 개설을 추진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코로나 관련 대출 확대로 리스크 관리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해외 사업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중소기업과 개인 신용대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고 연체율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71조원으로 전월보다 1.6% 증가했다. 개인 신용대출도 같은 기간 1조원 넘게 늘었다.
반면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속속 내려가면서 예금고객 이탈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4~5월 간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8조원 가량 빠져나갔다.
이처럼 중소기업 및 개인 신용대출은 증가하는 반면 예금 이탈 고객은 늘고 있어 시중은행의 수익성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하락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고경영자(CEO)들의 해외사업 현장점검이나 기업설명회(IR)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다 가을부터는 2차 대유행이 예견되고 있다”며 “사실상 올해는 외형 확장이 불가피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