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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레볼루션②] 코로나19가 바꾼 재건축 풍경…‘드라이브스루 총회’


입력 2020.05.21 06:00 수정 2020.05.21 05:13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총회 금지, 조합의 ‘묘수’

‘아파트 계약’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 도입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에서 재건축 조합 '드라이브 스루' 총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동의하시는 분은 차량 비상등을 켜주세요. 의견 있으신 분은 전조등을 켜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내 공터에는 차량 1500대가 모여 흡사 대낮 자동차 극장과 같은 진풍경을 연출했다.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이 사상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관리처분변경총회를 개최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하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총회 금지령을 내리자, 조합은 묘수를 꺼내 들었다.


실생활에서 가장 익숙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차에 탑승한 채로 음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다 대면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급부상해 코로나19 검사를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시행하게 됐고, 최근에는 농·특산물 판매에서부터 마케팅까지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재건축 조합 역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고안해 내지 않았더라면 정부와 서울시의 행정조치대로 조합 총회 일정을 5월 18일 이후에나 열 수 있었을 것이다.


조합은 시간이 없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인 오는 7월 28일 내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기 위해서는 총회를 마냥 미룰 수 없는 것이다.


총회가 연기될 수록 사업 기간도 길어져 대출이자 등 금융 비용 등이 조합원에게 추가 부담금으로 작용하는 것도 큰 고민거리였다.


개포주공1단지 전체 조합원은 5132명이며, 관리처분변경 승인 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의 20%가 현장에 참석해야 한다. 이날 총회 현장에는 15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당시 서울시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상황이고 빨리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조합의 입장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방역 준수 사항을 잘 지킨다면 드라이브 스루방식 총회를 막을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10일 인천시 서구 왕길동에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서초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조합' 임시총회가 열리고 있다.ⓒ 서초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조합

개포주공1단지 조합의 총회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약 보름 후인 지난 10일에는 서초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같은 방법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총회는 인천 서구 왕길동에서 개최됐으며 안건은 조합장과 감사 해임이었다.


조합원 총 1060명 중 드라이브 스루 임시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규모는 약 10%인 130여명이었다. 앞서 서면으로 결의서를 보낸 조합원을 포함해 조합원 과반이 조합장과 감사 해임에 동의해 안건은 원안대로 상정됐다.


지난 18일 이후로 재건축ㆍ재개발 총회가 허용되면서 당분간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 총회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재건축ㆍ재개발 총회 연기 시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감염 예방 매뉴얼’을 준수한다면 예전과 같이 총회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피하면서도 법과 절차를 준수하는 방법을 찾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 총회는 도시정비업계의 오래 기록될 ‘신(新)풍경’으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도원 센트럴의 정당 계약 기간 동안 도입한 드라이브스루 계약방식 ⓒ뉴시스

또한 재개발·재건축 총회에서 건설·부동산 업계 드라이브 스루는 ‘분양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이버 견본주택이 분양시장에서 자리 잡은 데 이어 아파트 계약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하는 곳도 등장했다.


현대건설은 대구광역시 중구 도원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도원 센트럴의 정당 계약 기간 동안 계약자들이 안전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업계에 악재가 많았는데 드라이브 스루는 조합이 합심해서 찾아낸 하나의 돌파구로 업계에 오랜 이벤트로 기록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분양시장도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모습이 변하고 있다”며 “코로나에 무력하게 무너지기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려는 건설업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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