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에서 당일배송으로 짧아지는 배송주기
풀필먼트 센터 확보 경쟁 치열
유통공룡, 전국 매장의 온라인 거점화
대형마트 경험 살려 신선식품 경쟁력↑
유통가 온라인 전쟁의 최대 승부처는 물류다. 전국 방방곡곡을 연결하는 촘촘한 물류망과 주요 거점 단위의 물류센터 그리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전문 인력까지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물류센터와 물류 네트워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후발주자로 나선 롯데, 신세계 등 유통공룡은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결합해 물류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방법으로 이커머스 업체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판 아마존 목표로 풀필먼트 센터 확보에 나선 이커머스
이커머스 업체들은 풀필먼트 센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빠른 배송이 온라인 쇼핑의 최대 경쟁력으로 작용하면서 초기 새벽배송 전쟁에서 이제는 당일배송으로 배송주기도 짧아지는 상황이다. 빠른 배송을 위한 전제 조건인 직매입과 이를 보관하고 바로 발송할 수 있는 풀필먼트 센터가 대세가 된 이유다.
풀필먼트(Fulfillment) 센터에서는 상품보관부터 제품선별, 포장, 배송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상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할 수 있기 때문에 배송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배송거리도 줄일 수 있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도 풀필먼트 센터에 있다.
사업 초기부터 풀필먼트 센터와 물류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쿠팡은 이런 면에서 ‘한국판 아마존’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쿠팡은 당시 27개였던 전국 로켓배송센터를 지난해 6배인 168개로 확대했다. 로켓배송센터가 늘면서 로켓배송센터에서 10분 거리 내 사는 ‘로켓배송 생활권’ 소비자도 같은 기간 259만명에서 3400만명으로 13배 급증했다. 올 2월부터는 로켓배송 서비스가 제주도까지 확대됐다.
쿠팡은 전국에 촘촘하게 들어선 로켓배송센터 배송망을 기반으로 전국 단위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오전 10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현재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3200억원을 투자해 대구에 축구장 46개 넓이(약 10만평 규모)의 초대형 풀필먼트 센터를 짓고 있다. 대전에도 600억원을 투자해 물류센터를 건설 중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로켓배송의 남다른 속도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예측해 고객과 가까운 로켓배송 센터에 미리 준비해두는 기술과 인프라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새벽 배송을 넘어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과 같은 전에 없던 서비스로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선식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마켓컬리는 지난해만 3개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오픈해 현재 총 6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센터 전체 면적은 2018년 대비 지난해 말 약 5배 증가했고, 포장 단위 출고량은 2018년 788만개에서 2019년 2300만개로 약 3배 늘어났다. 지난해 1년간 배송된 총 판매 상품 수는 8350만개로 2018년의 2760만개의 3.1배에 달한다. 배송물량은 늘었지만 물류센터를 효율화해 배송 비용은 최근 2년간 약 24%가량 낮췄다.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이 물류센터 등 물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면서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계속된 효율화 작업으로 수익성은 차츰 개선되는 분위기다. 또 최근 몇 년 새 최저가를 앞세우는 치킨게임식 경쟁보다는 수익성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11번가, 티몬 등 흑자를 기록하는 이커머스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 거점화…물류 인프라 갖춘 유통공룡의 대반격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계 강자들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거점으로 활용하고, 대형마트 운영 노하우를 살려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등 차별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28일 첫 선을 보인 ‘롯데온’은 유통강자 롯데그룹의 역량을 십분 활용한 온라인 전략을 내놨다.
롯데온은 롯데가 보유한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가전양판점 등 전국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 없는 쇼핑 환경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그룹 내 물류 계열사까지 동원해 단 번에 전국 규모의 물류망을 손에 넣게 됐다.
롯데온은 전국 1만50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단순히 빠른 배송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롯데마트가 운영 중인 풀필먼트 스토어와 롯데백화점의 ‘바로배송’ 서비스, 롯데슈퍼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포함해, 롯데그룹 내 7000여개 매장의 ‘스마트 픽’ 서비스 중 원하는 배송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신세계는 2018년 쓱닷컴 출범을 통해 온라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4년 4월 경기 용인시 보정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선보인 이후 2016년 1월 김포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김포에 네오003 가동을 시작했다. 신세계는 오는 2023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7개 더 건설할 예정이다.
네오003 가동으로 쓱닷컴의 하루 배송 물량은 3만5000건으로 늘었다. 여기에 전국 100여곳 이마트 PP센터(도심 전용 물류센터)에서 처리하는 주문량(5만2000건)까지 더하면 하루 총 13만건을 소화할 수 있다.
네오003의 가장 큰 특징은 입고된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전통적 의미의 ‘물류센터’ 개념에서 벗어나 상품도 직접 생산하는 ‘온라인스토어’ 역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존 풀필먼트 센터에 상품 생산 기능까지 더해진 셈이다.
쓱닷컴은 네오003에 ‘베이킹 센터(Baking Center)’를 구축해 매일 40종, 최대 8500개의 빵을 직접 구워 판매한다.
또 산지에서 직접 상품을 수급하는 것 외에도 가락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 등 당일 경매 상품을 바로 손질해 네오로 입고시킨 뒤 고객에게 배송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일 새벽 3시에 착유작업에 들어간 ‘당일착유 당일생산’ 우유를 네오로 입고시켜 48시간 이내에 모두 판매하는 등 상품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가 갖고 있던 신선식품 경쟁력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신선식품 분야에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롯데가 전국 1만5000개 매장을 온라인 거점으로 활용하는 반면 신세계는 신선식품의 상품 경쟁력을 온라인 시장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서 시장에 안착한 이커머스 업체와 비교해 시장 진출은 늦었지만, 자금력이 탄탄하고 그룹 내 물류 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전국 단위 물류망 구축 측면에서는 한발 앞선다”며 “물류 뿐 아니라 대형마트 경험 노하우를 온라인에 전수해 상품 경쟁력도 확보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