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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울림 준 '이재용 사과'…정치권, 조심스런 기대감


입력 2020.05.07 12:27 수정 2020.05.07 12:3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통합당, 하루 지난 뒤 논평…입장 고심한 듯

진정성·진솔함에 '울림' 있지만 내용 파격적

경영승계·무노조 종식이 가져올 파장 '복잡'

"변화 스스로 추구해야…압박·여론몰이 안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진정성 있는 대국민사과가 국민들의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준 가운데, 정치권도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삼성'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7일 오전 논평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사과에 그치지 않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실질적인 변화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국민사과가 있은지 하루 지나 공식 논평이 나왔다. 공당(公黨)이 그만큼 입장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김 대변인 스스로 논평에서 밝힌대로 "삼성이란 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허투루 입장을 표명할 수 없었던 고심이 읽힌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전날 대국민사과는 삼성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형식적 사과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큰 변화를 동반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무노조 경영을 종식하겠다는 선언 등이 담긴 만큼, 이러한 내용이 우리 경제의 보배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경영과 우리 국면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물론 그 누구보다도 이 부회장 본인이 숙고를 거듭한 결과겠지만, 정치권 또한 자세를 바로 하고 반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그룹은 호암 이병철 회장이 창업해 이건희 회장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되는 '3대 경영'을 해왔다. 경영권 세습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삼성그룹의 역사는 우리 경제 도약의 역사였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전문 경영인, 오너 경영인을 떠나 가장 우수한 경영자가 제일 좋은 경영자"라며 "오너든 전문 경영인이든 관계없이 좋은 물건을 싸게 잘 만들어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단언했다. 이 말은 중국의 폭발적 경제 도약을 촉발해 지금과 같은 세계경제 G2의 자리로 끌어올리는 신호탄이 됐던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과 같은 반열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던 승계 경영이 중단된다면 향후 삼성과 국민경제에는 어떠한 영향이 미칠 것인지,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줬던 이 부회장 대국민사과의 진정성과 진솔함과는 별개로 정치권은 받아들이는 자세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무노조 경영도 '신화'라 일컬어졌을 정도로 삼성이 지금과 같은 세계 일류로 서는데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 부회장이 전날 무노조 경영 종식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이미 그 전부터 양대 노총은 삼성그룹 내에서 치열한 세력 확장을 위해 '경쟁력을 깎아먹는 경쟁'에 돌입했었다.


이같은 기류 또한 잘 알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더욱 아무렇게나 반응을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이 이날 국회에서 가진 고별간담회 도중 전날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했는데도 만 하루가 다 돼가도록 당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조금 이따가 성명으로 나갈 것"이라고 극도로 말을 아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은 이 부회장이 숙고를 거듭해 내놓은 방침이 제대로 된 결실을 거두려면, 이 선언 이후로 기업에 대한 부당한 외압이 계속되거나 여론몰이가 뒤따라서는 안 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는 분위기다.


김성원 대변인은 "스스로 변화를 선택한 삼성은 다른 기업과 조직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다만 이러한 변화는 기업 스스로가 생존과 발전을 위해 추구해야할 가치일 뿐, 부당한 압박이나 강압적 여론몰이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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