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9일 '금융규제 유연화방안' 발표.. 393조원 자금공급 여력
"유동성 숨통..사태 장기화시 대출금리 인상 등 모색할 수밖에 없어"
금융당국이 예대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금융규제의 유연한 적용을 통해 400조원 가량의 자금여력 확보에 나선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출 확대와 상환 유예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금융권의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자금 공급여력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19일 발표했다. 이번 규제 유연화 조치는 코로나19에 대응해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회사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세부방안을 살펴보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출자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적립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우선 은행권의 경우 이번 펀드 출자가 주식시장 안정 목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이달 중 법령해석을 통해 주식 보유에 대한 위험가중치 적용을 기존 300%에서 100%로 낮추기로 했다. 보험과 증권 역시 증안펀드 출자액에 적용되는 위험값을 최대 12%에서 4.5~6% 수준으로 일반 ETF 투자 대비 하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 준수부담을 낮춰 은행의 자금공급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 '바젤Ⅲ 최종안' 내 신용리스크 산출방법 개편안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긴 오는 2분기부터 시행하고 소규모 지방은행의 경우 시스템적 중요은행 선정대상에서 제외해 추가 자본적립의무(1%p) 면제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기업자금 공급 제약 우려를 고려해 바젤위원회가 권고한 '거액 익스포져(위험노출액) 한도 규제' 시행도 2021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연계된 거래 상대별 익스포져를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증권사가 기업에 자금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기업 대출채권에 대한 증권사의 NCR(순자본비율) 규제도 올 9월 말까지 완화한다.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의 10%에서 20%로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유동성 규제 완화 차원의 대책도 이어졌다. 우선 은행의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 유동성 자산 비율이다. 금융위는 올 9월 말까지 외화 LCR은 80%에서 70%로 인하하고, 통합LCR의 경우에는 100%에서 85%로 내려 은행이 보유 중인 고유동성자산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했다.
대출잔액을 예금잔액으로 나눈 은행의 예대율 규제도 완화된다. 내년 6월 말까지 5%p 이내의 예대율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올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는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을 한시적으로 적용 유예하기로 했다. 내년 6월 말까지 10%p 이내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보험사에는 채권안정펀드와 증안펀드 출자자금 조달을 위한RP(환매조건부채권) 시장 참여를 허용한다. 올 9월 말까지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등급을 1등급씩 상향 적용해 부담도 줄였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유동성 비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코로나19 피해기업 만기연장으로 10%p 이내 위반한 경우에는 내년 6월 말까지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자산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도 나왔다.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대출에는 기존 건전성 분류기준을 유지해 금융권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미수이자의 수익 인식 가능성 우려에 대해선 미수이자를 회계상 이자수익으로 인식 가능하도록 했다.
폐업 중인 개인사업자라도 미래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충분한 경우 대출채권을 요주의 이상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개선해 여전업계의 부담을 낮췄다. 카드사에는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가 확대된다. 기존 6배에서 8배로 커져 신용카드 영업 등에 여유가 생겼다. 영업이 위축된 보험업계에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경계 단계일 경우 대면 설명의무, 자필서명 대신 비대면 녹취방식 등을 활용하도록 허용한다.
금융당국은 자본부담 경감과 예대율 한시적 완화 등을 통해 금융권의 자금공급 여력이 206조~394조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5대 시중은행은 계열사에 12조9000억원 추가 신용제공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조치의견서, 법령해석 등 법규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사항은 즉시 이행하고 법규 개정 필요사항은 최대한 신속히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규제 유연화 조치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관련 동향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감독 강화 등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