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90년대초부터 노무현과 행정수도 구상
이완구, 세종시 수정안 저지하려 충남지사 던져
金 "세종, 남북 균형발전 않으면 베드타운 전락"
李 "총리공관서 세종 바라보니 굉장히 화가 나"
세종특별자치시의 설계자와 수호자가 만났다. '세종의 설계자'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특별자치을 후보와 '세종의 수호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만나, '이해찬 치하'에서 잃어버린 행정수도 세종의 꿈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치력을 갖춘 새로운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 일치를 이뤘다.
김병준 통합당 세종을 후보는 12일 오후 세종 조치원읍 정당선거사무소를 지원 방문한 이완구 전 총리를 만나 대담을 나눴다. 김 후보는 1990년대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행정수도 이전을 구상한 자타공인 '세종의 설계자'다. 이 전 총리는 충남지사로 있던 2009년, 행정수도 수정안이 추진되자 이에 반발해 도지사직을 스스로 내던져 파란을 일으켰다. 이 전 총리가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투병 생활을 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김병준 후보와 이완구 전 총리의 만남에 정당사무소 안은 시민들로 빼곡히 들어차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 이 전 총리가 사무소로 들어서자 시민들은 박수와 함께 "김병준" "이완구"를 교차 연호했다. "우리의 영원한 충남도지사 이완구"라는 외침도 나왔다.
이날 대담에서 김병준 후보와 이완구 전 총리는 세종의 지금 상황이 제대로 된 자족도시가 아닌, 수많은 베드타운형 신도시의 하나로 전락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김병준 후보는 "세종은 남쪽과 북쪽이 균형발전하지 않으면 대전의 베드타운이 돼서 망한다. 북쪽에 동력이 생겨서 잡아줘야 이 도시가 균형을 맞추며 하나의 독립된 도시로 성장한다"며 "전의산단·조치원산단·스마트국가산단 등에 적당한 부지를 골라 철도산업의 핵심 시설이 들어오면 26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철도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조치원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트리플 규제'는 서울 강남 등에 걸려 있는 것인데,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세종이 '트리플 규제'에 걸려 있다"며 "서울 강남은 더 이상 주택이 공급될 수 없으니 규제 말고는 방법이 없지만, 세종은 북쪽에 광활한 토지가 널려 있는데 택지공급을 하지 않고 규제부터 들어간 것은 순서가 틀린 것"이라고 규제 해제를 주장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세종이 되느니 안되느니 할 때 도지사로서 군청을 방문하자, 공무원이 손을 들더니 '전답 팔고 산소까지 옮겼는데 행복도시가 안되면 어쩔테냐'라고 묻더라"며 "그래서 내가 '안되면 지사를 내놓겠다'고 하고, 충남도지사를 세종시 때문에 던졌다. 내가 낸 자서전 이름이 '약속을 지킨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돼서 공관에서 세종시를 바라보니 이것을 만들려고 내가 지사직을 사퇴했는지, 누가 이 지경을 만들었는지 굉장히 화가 나더라"며 "조치원은 공동화로 허당을 만들고 발전도 되지 않고 이것을 하려고 내가 지사를 사퇴하고 고생을 했느냐. 이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맡겨서는 안 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준 "이해찬 의지가 있었다면 이렇게 됐겠나
이 도시의 산파로서 세종의 비전 다 담아내겠다"
이완구 "이해찬은 세종을 사랑하는 사람 아니다
어리어리한 사람 국회 보내서는 세종 거덜난다"
이같이 세종이 현재 처한 문제와 관련해, 김병준 후보는 집권여당 당대표인 지역구 현역 이해찬 의원의 의지 부재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완구 전 총리도 최근 이해찬 대표가 충청권이 아닌 호남권에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덜컥 약속했던 점을 문제삼으며, 이 대표는 '세종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김병준 후보는 "이완구 총리처럼 행정수도를 만들기 위해 지사직 같은 귀한 자리까지 내놓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이게 이렇게 됐겠느냐"라며 "당대표가 나서서 행정수도를 이야기하며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다면 누가 반대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덤비는 민주당 의원 있어봐야 한두 명이던데 마음에 안 들면 (공천에서) 다 잘라버리더라. 누가 반대했겠느냐"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는 행정수도에 대한 의욕도, 의지도 없다"라고 개탄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이해찬 대표는 나와 고향이 같은 청양 사람으로, 그 사람도 총리를 하고 나도 총리를 했다"면서도 "이해찬 대표에게 내가 섭섭한 것은 그 사람은 세종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엄청난 것인데 이것을 호남에 갖다놓겠다고 아무런 설명도 해명도 없이 광주에서 공약을 했다"며 "세종시, 충청도 사람들은 너무 점잖다. 여러분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 이해찬 대표에게 따지라. 분명히 입장을 밝히라고 하라"고 촉구했다.
세종의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 일련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았다고 무조건 찍어주고 뽑아줄 게 아니라, 세종의 당면 현안을 의지를 갖고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갖춘 사람이 선출돼야 한다는데 두 사람의 견해가 일치했다.
김병준 후보는 "이 도시가 정말로 우리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높아 쉽게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이었다면 솔직히 내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초에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했고, 당에서 세종이 험지라고 이야기하니 두 말 없이 세종 출마는 내가 자원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은 민주당의 뿌리가 단단해서 뚫고 들어갈 수가 없다는데, 나는 이 도시의 산파 역할을 했다고 말씀드린다"며 "세종시의 비전을 여러분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그 비전을 내가 다 담겠다"고 약속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국회가 300명인데 힘쓰는 사람은 20명도 되지 않는다. 내가 원내대표를 해서 156명 의원을 지휘했던 사람"이라며 "김병준 정도의 무게감이 있어야 국회에 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중앙은 '정글의 법칙'이 통한다. 센 사람이 한다. 정치적 근수가 나가지 않으면 세종시 거덜난다"라며 "어리어리한 사람들을 세종 대표로 보내서는 북쪽이든 남쪽이든 발전은 어림도 없다. 김병준 정도 정치 근수가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