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고 급증·가격 하락으로 국내 철강사 판매 고심
코로나 사태로 1Q '반토막' 예상…하반기 회복 전망도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분기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사들은 지난해 성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산 철강재 공습으로 내수·수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 유통 재고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요 감소, 물류 차질로 역대 최고치로 증가했다.
중국 철강 시황 기관 등에 따르면 열연강판 유통 재고는 2월 말 기준으로 약 418만t을 기록,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철근, H형강 등 봉형강 역시 479만t으로 늘었다. 2010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재고 증가에도 수요가 받춰주지 못하면서 가격은 하락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각종 정책을 발표했으며 현지 일관제철소들도 감산 등으로 가격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열연강판 유통 가격은 3월 초 t당 3492위안으로 지난달 말 3382위안에서 소폭 올라섰고, 철근 유통가격도 3354위안에서 3475위안으로 상승하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워낙 재고가 많이 쌓인 탓에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철강 생산 속도 보다 판매 속도가 더뎌 재고가 늘어나고 가격은 떨어지는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4월 회복 시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급증한 재고분을 소화하기 위해 중국산 철강재가 저가로 한국 시장에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판매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작년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일제히 가격 인상을 시도중이다. 포스코는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연속 유통용 판재류 가격을 인상했으며 현대제철 역시 1·2월 두 달간 유통용 가격을 t당 5만원 가량 올렸다.
그러나 현재 국내 유통용 열연강판 가격은 t당 71만원으로 올해 들어 약보합세를 지속하고 있다. 1월 70만2000원 이후 1만원 오른 수준으로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 정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일본 등 수입재가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는 코로나19 영향 등이 맞물려 올 1분기 성적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철강사들의 1분기 성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2분기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유의미한 개선은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철강사들은 수입산 공세에 대해 과열 경쟁보다는 내수 안정화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 중국 등 수입재의 국내 판매 확대가 예상되지만 향후 수입재와의 가격 경쟁을 통한 무리한 수량 확대 보다는 내수 시장 가격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