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5% vs 31.98%...기관·개인주주 설득전 총력
7명씩 추천한 이사회 구성...한명씩 표결 변수되나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오너 남매간 주주표심 잡기 경쟁이 본격화된다.
한진그룹과 조현아 3자 주주연합측이 각각 7명씩 총 14명의 이사후보를 추천한 가운데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5일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 예정된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이 모두 확정되면서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3자 연합간 치열한 공수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회 사내외 이사진 선임 안건 외에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 중 선임 ▲사외이사 중심 보상위원회 설치 ▲이사 자격 조항 신설 ▲ 이사 선관주의 의무 명시 ▲이사회 구성 성별 대표성 확보 등 정관 개정안 등도 주총 안건으로 다뤄지게 된다.
3자 연합이 요구했던 내용들 중 전자투표를 제외한 모든 내용들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양측의 대결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전자투표제의 경우, 이번 주총에서 주주 참석률 제고를 위한 필요성 여부와 시스템 해킹 가능성 등 보안성 미 검증을 이유로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진칼 주총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는 양측의 싸움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양측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있는 지분율은 조 회장측이 33.45%, 조현아 3자 연합이 31.98%로 1.47%포인트 차에 불과하다.
결국 아직 어느 쪽에도 서지 않은 기관투자자와 일반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상황으로 양측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각 안건의 승인 여부가 아주 적은 표차로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치열하고도 적극적인 유치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후 높아진 한진그룹에 대한 관심으로 주총 참석률도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만큼 확보해야 할 지분도 많아졌다는 것”이라며 “현재의 의결권 지분율 차이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하며 향후 3주간 양측이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 7 vs 7의 싸움...가장 중요한 이사회 구성 향배는
한진칼은 전날인 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총 7명의 이사진을 추천했다. 사내이사로는 재선임을 노리는 조원태 회장과 함께 하은용 한진칼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을, 이석우 변호사(법무법인 두레)가 임기 만료로 빠지는 사외이사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5명 추천했다.
현재 총 6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인 이사회 구성을 총 11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앞서 총 8명을 이사를 추천한 조현아 3자 연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현아 3자 연합은 앞서 지난달 13일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각각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를 내세웠다.
당초 사내이사 후보로 함께 이름을 올렸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통제본부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7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양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이 모두 선임되면 총 18명(사내이사 5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12명)의 메머드급 이사회가 구성된다. 통상적으로 기업 이사회 규모가 7~11명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한진칼의 이사 보수한도가 기존 50억원을 유지한 것을 감안하면 양측의 추천 후보 전원이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양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 중 각각 일부가 선임되면서 혼합식으로 이사회가 구성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의 치열한 표 대결 속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주총 안건 승인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3자연합의 요구대로 주총에서 이사 선임이 개별투표 방식으로 이뤄지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총 6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인 기존 이사회 구성원 중 4명(사내이사 1명·사외이사 3명)은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조 회장측이 보다 유리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칼이 4일 이사회에서 반대 측과 동수의 이사를 추천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역전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들을 내세워 소액주주들의 반대 명분을 축소하고 다수의 인사를 추천해 이들 중 절반만 주총에서 통과되더라도 최소한 이사 수 역전은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설령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되더라도 회사에서 추천한 인물들이 새로 이사진에 합류하게 되면 실질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또 상법상 이사들의 임기는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보장받을 수 있어 이번 주총 이후 반대파의 공세 등 장기전 가능성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되는 충격적인 기억이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이사 선임 안건이 개별투표 방식으로 이뤄질 때를 대비해 보다 면밀하게 대응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