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아산정책硏 선임연구위원 "비핵화 진전, 없다고 봐야"
"북한이 신고·공개한 핵 관련시설 없어…제재해제만 일방적 요구"
박지영 아산정책硏 선임연구위원 "비핵화 진전, 없다고 봐야"
"북한이 신고·공개한 핵 관련시설 없어…제재해제만 일방적 요구"
2018년 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판문점 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는 곧 '완전한 비핵화'가 성사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처음 손을 맞잡자마자 '깜짝 월북'을 선보였고, 판문점 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포함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다짐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의 육성으로 '비핵화'를 확약 받았다.
그러나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면 비핵화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중 하나인 북한의 핵시설, 핵무기 능력, 핵무기 수량 등에 대한 파악은 여전히 이뤄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대 이미 알고 있던 북한의 공개된 원자력 시설 이외에 북한이 신고하거나 공개할 의향을 보인 핵무기 관련시설은 없다"며 "현재까지 취해진 조치들과 협상 진행단계를 기반으로 판단할 때 비핵화를 위한 진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실험 등 대외적인 핵활동은 중단했지만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핵무기 생산 △핵무기 배치 △핵물질 생산 관련 활동에 대해서는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다.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수차례 평양에 방문해 '핵 리스트' 제출과 핵무기 반출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선제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완강하게 거부한 바 있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공개된 원자력 시설 이외에 핵활동 전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로 꼽힌다. 특히 1955년부터 핵 연구에 매진해온 북한은 핵무기를 생산·유지하는 기술 고도화 됐고 핵시설을 은닉하는 노하우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사회 특유의 폐쇄성과 위성감시를 피해 숨을 산지가 많다는 점도 핵무기 은닉 위험성을 높인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시설 및 가동 이력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핵물질의 양에 대한 추정도 가능해야 하지만 북한은 관련 자료를 일체 공개한 바 없다.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량은 영변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가동 이력을 통해 추정 가능하지만, 감지할 수 있던 사용이력에 따른 추정치일 뿐 정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농축 우라늄 생산량은 농축시설에 대한 정보 불충분 탓에 추정하기 어려우며, 만약 탄소섬유 등 재질 관련 기술이 발전했을 경우 북한의 우라늄 생산량은 예상치를 대폭 상회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보수적으로 추정했을 때, 북한은 90%농축 우라늄을 연간 40kg 생산 가능할 수 있고 이는 핵무기 2개 분량이다"며 "그러나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최소 연간 1000개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2007년부터 기기 생산을 시작했다면 1000kg 우라늄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 수소폭탄 제조 여부는 삼중수소 생산시설 등을 검증해야 확인할 수 있으며, 중수 생산시설과 리튬 농축 시설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미사일 시설을 포함한 개발 프로그램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 핵 기술 인력에 대한 정보도 확보돼야 하지만 진전된 바 없다.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는 관련 전문 인력들을 재취업 시키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핵 기술을 유출 시키지 못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 수십년간 행동해 왔던 것처럼 비핵화와 관련된 개념을 독자적으로 해석해 일방적인 제재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리고 전 세계는 아직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아무것도 확인한 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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