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 화합과 소통으로 ‘재도약’ 꿈꾼다
85개국 303편 상영, 열흘간의 영화축제 시작
화려한 레드카펫 불구 해외 스타 실종 아쉬움
극심한 성장통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재도약의 해'를 선언하며 화려한 축제의 막을 열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3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정우성, 이하늬의 사회로 개막식을 열었다.
오거돈 부산시장,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영화인이 공동 개막을 선언하면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개막식은 오랜 갈등과 불신을 걷어내고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해 열리는 만큼 역사와 다양성을 부각했다.
축하공연은 공연은 민족, 국가, 종교, 성, 장애를 뛰어넘어 하나된 아시아로 도약하고자 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뜻을 담았다.
미얀마 카렌족 난민 소녀 완이화(WAN Yihwa), 소양보육원의 ‘소양무지개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브룩 킴(Brook KIM) 등이 참여해 전혀 다른 음색들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선율과 합창으로 영화의전당 곳곳을 가득 채웠다.
정우성과 이하늬는 전날 몰아친 태풍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찾아준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서로 다른 시선이 담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가정적이던 남편이 말도둑들에게 살해당한 후 아내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과 리사 타케바 감독이 공동 제작했다.
개막식에는 '말도둑들. 시간의 길'의 감독과 배우들도 무대에 올라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응원했다.
영화제의 꽃은 역시 레드카펫 행사였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는 사회를 맡은 정우성과 이하늬를 필두로 이병헌 감독,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조여정, 안성기, 김지미, 손현주, 조진웅, 김의성, 천우희, 조정석, 임윤아 등 수많은 배우들이 참석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노출을 자제하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된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눈에 띄는 해외 스타가 없고 국내 배우들의 참여도 다소 저조한 것 아니냐는 실망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위기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까지 영화의 전당 등 부산지역 6개 극장 37개 상영관에서 열린다. 총 85개국이 참여해 303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이 가운데 150편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올해는 특히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영화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영화제 측은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을 통해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를 비롯해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 이만희 감독의 '휴일'(1968),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1980),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등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걸작들을 소개한다.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됐던 비프빌리지 무대를 영화의전당 광장으로 이동해 영화의전당 일대에 행사를 집중했으며, 남포동 BIFF 광장에서의 행사를 대폭 늘린 것도 특징이다. 이로써 영화제와 시민들이 보다 더 소통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오후 상영되는 폐막작으로는 임대형 감독의 신작 '윤희에게'가 선정됐다. 배우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이 주연하는 '윤희에게'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가 "윤희에게, 잘지내니?"로 시작되는 편지를 받으면서 비밀스러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제는 12일 오전 결산 기자회견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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