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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연말 희망퇴직에 쏠리는 눈


입력 2019.09.03 10:22 수정 2019.09.03 14:07        박유진 기자

"일자리 늘려라" 정부 요청에 채용 확대 고심

조직 슬림화에 희망퇴직 지속…'늘릴 수도 없고'

"일자리 늘려라" 정부 요청에 채용 확대 고심
조직 슬림화에 희망퇴직 지속…'늘릴 수도 없고'

ⓒ데일리안DB

은행권의 하반기 채용 규모가 정부의 일자리 창출 확대 주문에 부응하지 못하고 예년보다 다소 축소된 모습이다.

저금리 기조 심화에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영업점 통폐합을 가속화하는 은행으로선 인원 확대의 중요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무리하게 인원을 충원할 시 연말 희망퇴직 인원만 늘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은 오는 하반기 약 2150명의 신규 채용을 계획 중이다. 신한은행은 350명, KB국민은행은 550명, KEB하나은행은 400명, 우리은행은 450명 채용을 목표로 이달부터 공고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은행은 채용 규모를 줄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연초 1000여명의 채용 계획을 수립할 뜻을 밝혔다. 상반기 630여명의 채용을 단행해 350명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연간 채용 규모는 전년(900명) 대비 늘어나게 되는데 인력을 확대하지 못한 다른 은행들으로선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전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 평가를 공개할 예정이라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졌다.

최근 은행권은 모바일뱅킹 등의 비대면채널 거래 확대로 인해 영업점이 지속적으로 통폐합되고 있고,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에 나서고 있다. 업무 디지털화에 따라 조직도 슬림화되는 추세로 몇년간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해 온 만큼 인력 감축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던 상황이다.

은행권이 신규 행원을 무리하게 확대할 시 결국 기존 인력의 재편만 심화될 수 있다. 신규 채용이 확대되면 통상 연말이나 연초 진행되는 희망퇴직자의 규모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주요 시중은행 직급별 구성 현황ⓒ데일리안


그동안 은행권은 과장부터 팀장, 부장 등 책임자급 인력이 지나치게 많아 관련 인원을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관리자급 인원도 지속적으로 축소 돼 왔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과장급 이상 책임자 비율은 KB국민은행 57%, 신한은행 54%, 우리은행 55%, 하나은행 43%로 집계된다. 관리자와 행원급 직원 비율은 5대 5 정도로 아직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지만 최근들어 이들 직급의 퇴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은행권의 관리자급과 행원급 인력 축소 수는 신한은행 291명, 69명, 우리은행 154명, 3명으로 축소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관리자가 193명 사라지는 동안 행원급은 22명 늘어났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의 경우 162명의 관리자가 줄어들 때 478명의 행원 인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직 슬림화 방침에 따라 이미 연초에 대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인력 감축에 나선 바 있고, 영업점 추가 통폐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또다시 채용을 확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며 "정부의 일자리 확대 요구에도 은행마다 선뜻 채용 규모를 확대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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