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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 몸 사리는 은행들, 평균 대출금 '역대 최소'


입력 2019.07.23 06:00 수정 2019.07.23 08:40        부광우 기자

1건당 4억2709만원…사업 시작 후 58개월 만에 가장 적어

경기 불황에 기업대출 관리 강화…혁신금융까지 역풍 조짐

1건당 4억2709만원…사업 시작 후 58개월 만에 가장 적어
경기 불황에 기업대출 관리 강화…혁신금융까지 역풍 조짐


기술금융 대출 1건당 평균 금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술금융 대출의 1건당 평균 금액이 한때 6억원을 넘어섰다가 최근 4억원대 초반까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여 전 관련 사업이 시작된 첫 달만 제외하면 제일 적은 액수로, 사실상 역대 최소로 평가된다. 경기 불황 속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늘자 은행들이 기업대출 심사 강화에 나서면서, 그 역풍이 기술금융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 17개 은행들이 취급한 기술신용(TCB) 대출 1건당 평균 금액은 4억270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사업이 첫 발을 떼던 2014년 7월(3억9547만원)을 제외하면. 58개월 만에 월간 기준 가장 작은 규모다.

TCB 대출은 담보 위주로 영업을 해오던 은행들로 하여금 전당포식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술력에 기반을 두고 대출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제도다.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해 한국기업데이터와 NICE평가정보 등 기술신용평가사들로부터 보유 기술력에 대한 평가서를 받은 중소·중견기업이 이를 은행에 제출하면 대출을 내주도록 하는 방식이다.

TCB 대출 1건당 평균 액수는 사업 출범 두 달 만인 2014년 9월에 5억5319만원을 기록, 단숨에 5억원을 넘어섰다. 이어 같은 해 12월(6억1921만원)에 6억원대로 올라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리고 2015년 6월(6억6151만원)에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강 곡선을 그리다 이제는 4억원대 붕괴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별로 보면 TCB 대출에 대한 온도차가 상당했다. 지방은행인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의 TCB 대출 1건당 평균 금액은 각각 2억2977만원, 2억3355만원으로 3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4대 시중은행들의 경우 ▲KB국민은행 3억5852만원 ▲신한은행 3억6772만원 ▲KEB하나은행 4억2053만원 ▲우리은행 4억5556만원 등으로 3~4억원 수준이었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12억573만원)과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15억8591만원)·한국수출입은행(18억8252만원)은 10억원 이상을 나타내며 남다른 규모를 자랑했다.

은행들의 평균 TCB 대출금이 축소되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그 동안 변화한 환경이 꼽힌다. 기술금융 사업 초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형 투자 건들을 유치해 가면서, 이제 사업 규모가 큰 지원 대상을 찾기 어려워진 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요즘 창업이 점차 소형화하고 있는 점도 개별 TCB 대출 규모 감소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는 최근의 현실이 기술금융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은행들로서는 건전성 악화가 가시화하면서 기업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말 은행들이 보유한 여신에서 연체된 기업대출은 총 5조1761억원으로 1년 전(4조6550억원)보다 11.2%(5211억원)나 늘었다. 이에 같은 기간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에서 0.71%로 0.12%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 달 국내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74에 머물렀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특히 제조 중소기업의 BSI는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70에 그쳤다.

이처럼 기업들이 경영에 난항을 호소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금방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생각보다 길어지며 글로벌 무역량이 계속 둔화하고 있는데다, 일본이 원재료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앞으로 위험 대비 차원에서 기업대출에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공산이 크다. 이에 덩달아 TCB 대출까지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질 대로 커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하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기업대출 관리에 고삐를 죌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장기 성장 발판인 혁신금융에 대한 투자는 얼어붙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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