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풀타임' 손흥민 MOM, 혹사에도 클래스 여전
[한국 호주] 우려 속에도 풀타임..공격포인트 없이도 MOM
언제나 손흥민은 쉬지 못한다. 이번에도 풀타임 출장이었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손흥민이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특유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번 호주, 이란과의 A매치 2연전은 오는 9월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위한 모의고사였다. 아시아 강호들과의 라이벌전에서는 결과가 중요하지만 평가전이라면 응당 실전을 대비한 실험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동안 기용하지 못한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새로운 전술을 점검할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은 지난 3월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포메이션을 투톱으로 바꾸며 실험을 강행한 바 있다. 2경기 연속 4-1-3-2 포메이션을 가동한 벤투 감독은 이날 호주전에서는 3-5-2를 들고 나오며 눈길을 끌었다. 스리백은 벤투 감독의 첫 번째 실험이었다.
하지만 선수 기용에 있어서는 다소 보수적인 색채를 띠었다. 벤투 감독은 이번 A매치 소집 명단에서 이청용, 지동원, 정우영 등을 휴식 차원에서 배제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손흥민은 예외였다. 손흥민은 벤투호 체제에서 항상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풀타임이었다. 후반에 교체 아웃된 것은 2019 아시안컵 중국전이 유일했다.
물론 손흥민은 벤투 감독의 전술에 있어서 핵심이다. 그동안 2선의 측면 윙어로 활약했지만 지난 3월 A매치부터 최전방으로 전진배치돼 투톱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럼에도 호주전에서는 휴식을 취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손흥민은 지난 1년 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무려 73경기를 뛰었다.
지난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버풀과의 결승전에서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마드리드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뒤 4일 대표팀 훈련에 뒤늦게 합류했다.
좋은 컨디션을 기대한다는게 욕심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호주전에서 황희찬과 함께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췄다. 호주 선수들은 에이스 손흥민을 집중 견제하며 강하게 압박했고, 거친 파울을 일삼았다.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뒹구는 시간이 많았다.
넓은 공수 간격과 불안한 후방 빌드업으로 인해 한국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호주 진영에서 매우 답답한 공격이 이어졌다. 손흥민은 2선으로 자주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며 연계 플레이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욕심보단 양보와 헌신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자 손흥민은 전반 31분 활로를 열기 위해 과감한 돌파로 호주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에 나타난 한국의 슈팅 숫자는 0개. 호주의 밀집 수비에 막혀 무득점에 머물렀다.
후반에는 좀 더 살아났다. 후반 15분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정교한 드리블 솜씨를 뽐냈다. 진로가 막혀 수비 3명의 틈 속을 뚫고 돌아선 뒤 백패스를 시도했다.
황의조가 후반 30분 천금의 선제골을 터뜨린 이후 손흥민은 상대의 견제에서 한층 자유로웠다. 손흥민의 진가는 후반 37분에 나왔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치고들어가며 수비수 2명을 농락한 뒤 왼발슛을 날렸지만 골키퍼에게 가로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벤투 감독은 90분 동안 손흥민의 최전방 투톱 실험을 고집했다. 기대만큼의 소득은 없었지만 결과는 챙겼다. 호주전 승리로 아시안컵 8강 탈락 이후 3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 KEB 하나은행가 선정한 경기 최우수 선수 MOM(Man of the match)으로 선정됐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최악의 컨디션에도 주장으로서의 헌신과 이타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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