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 자아내…세계적 손실 가져올수도"
'우리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함께 겪는 문제'…체제 무능론 비판 차단의도
노동신문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 자아내…세계적 손실 가져올수도"
'우리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함께 겪는 문제'…체제 무능론 비판 차단의도
북한 매체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위기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북한 내에서의 발병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31일 '높은 발병률, 다양한 전파경로', '아직까지 찾지 못한 효과적인 방지대책', ‘심각한 후과' 등 기사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해외 피해 사례와 전망을 보도했다. 최고지도자 동향이 아닌 특정한 사안에 대해 3편의 기사를 동시에 내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신문은 "전염병(아프리카돼지열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아시아 나라들에 전파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피해가 가장 심한 나라는 중국으로 현재 몽골과 윁남, 캄보쟈로 전파되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발병시간이 짧고 전염성이 강해 감염될 경우 돼지사육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강하게 울려 나오고 있다"며 "이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손실을 가져올 것임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23일 자강도의 한 협동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신고했고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울러 농장 내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폐사하고, 22마리는 살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북한 매체들은 자연재해·기후·감염병 등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국내 상황 보다는 해외 동향만을 소개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이는 자연재해·기후·감염병 등 문제를 북한만 겪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겪는 문제임을 부각시켜 주민들의 불만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지도체제의 미흡한 사회정책과 재난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북한에 유례없는 이상기후로 작물피해가 확산되자 노동신문은 '식량위기를 몰아오는 이상기후현상'이라는 보도에서 오스트리아·독일·노르웨이·폴란드 등 국가의 가뭄 및 풍수해 피해를 나열한 뒤 "세계도처를 휩쓸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은 많은 나라들의 농업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반도에 최악의 미세먼지가 들이닥쳤던 1월에는 '심각하게 제기되는 산림자원보호문제'라는 기사에서 "대기를 정화하여 깨끗한 환경을 보장해주는 산림은 지구의 폐라고 불린다"며 "그런데 그 면적이 감소됨으로써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탄자니아·우간다·콜롬비아의 피해사례를 소개했다.
한편 북한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돼지사육과 고기 생산이 어려운 탓에 소규모 단위 차원의 돼지 사육을 장려해왔고, 이에 돼지고기는 북한 주민들의 중요한 식량이자 재산으로 취급된다.
최근 한반도 이상기후로 상당한 작물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까지 확산될 경우, 민생고는 더욱 가중되고 주민들의 불만 또한 위험수위에 다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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