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서 앞서나가지 못하면 기업 생존 위험"
"반도체 산업 의존 확대…새로운 주도 산업 나와야"
"글로벌 경쟁서 앞서나가지 못하면 기업 생존 위험"
"반도체 산업 의존 확대…새로운 주도 산업 나와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강조했다. 기업의 생존은 물론, 특정 산업에 쏠려 있는 우리 경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투자를 좀 더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시장에서 제기되는 기준금리 인하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는 사안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 22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피지 난디를 방문한 이 총재는 1일 풀만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업의 역할도, 정부의 역할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기업이 한 발 앞서나가지 않으면 경쟁력 유지는 고사하고 생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며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최근 몇 년 간 호황을 맞은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며 긍정적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특정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 만큼 대외 변화에 따른 구조적 취약성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또 다른 성장주도 산업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우리 경제에서 전통적 주력산업을 대체할 만한 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반도체 산업 비중이 확대되는 문제가 나타나면서, 구조조정이나 체질개선 노력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또 "이에 우리 주력 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고, 결국 이런 문제는 단기적인 대응 전략으로 대처할 사안이 아니다"며 "전반적인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뒷받침을 정부가 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점차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론에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앞으로는 좀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하반기에는 1%대로 올라 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단기 금리 역전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그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경제 성장률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결국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인 재정 역할을 펼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올해 정부 예산이 이미 지난해보다 확장적으로 편성돼 있는 만큼, 추경이 더해진다면 성장률을 높이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의회 일정으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는 우선 기존 예산의 지출 계획이 예정대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추경을 포함한 올해 예산은 단기적인 측면"이라며 "앞으로는 생산성을 제고하고 구조개혁을 뒷받침함으로써 잠재성장률을 높이는데 역점 두고 재정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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