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신용공여 8757억…전년比 68.7% 급증
자산·실적은 4대銀 중 최소…中 불황 속 결과는?
지난해 말 신용공여 8757억…전년比 68.7% 급증
자산·실적은 4대銀 중 최소…中 불황 속 결과는?
KB국민은행이 중국 자회사에 내준 빚이 1년 새 3000억원 넘게 불면서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4대 은행의 다른 중국 법인들과 비교해 덩치와 실적은 뒤처짐에도 불구하고 본사에 지고 있는 빚만큼은 단연 큰 규모다. 중국 경제의 불안 신호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국민은행의 남다른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중국 자회사에 내준 신용공여는 총 2조2003억원으로 전년 말(1조8286억원) 대비 20.3%(3717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는 대출금이나 지급보증, 기업어음 매입, 사모사채와 같은 금융사의 기존 부채들과 더불어 역외 외화대출이나 크레디트 라인, 회사채, 미확정 지급보증 내용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빚을 가리키는 말이다.
4대 은행 중국 법인이 모기업으로부터 받은 신용공여가 확대된 것은 사실상 대부분 국민은행의 영향이었다. 국민은행이 중국 법인에 내준 신용공여는 8757억원으로 같은 기간(5192억원) 대비 68.7%(3565억원) 급증했다.
나머지 은행 중국 법인들의 경우 이처럼 큰 변화 흐름이 감지된 곳은 없었다. 신한은행 중국 자회사가 모기업으로부터 받은 신용공여가 2573억원에서 3183억원으로 23.7%(610억원) 늘어난 정도였다. 오히려 하나은행은 5488억원에서 5079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033억원에서 4984억원으로 중국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각각 7.5%(409억원)와 1.0%(49억원)씩 줄였다.
이 같은 신용공여 규모와 달리 국민은행 중국 자회사의 사업 규모는 조사 대상 은행들 가운데 가장 작은 편이었다. 국민은행 중국 법인의 지난해 말 자산은 2조605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중국 자회사의 자산은 각각 5조4487억원, 5조4709억원으로 국민은행의 두 배가 넘었다. 하나은행 중국 법인의 자산은 8조1071억원으로 이보다 훨씬 많았다.
거둬들인 이익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민은행 중국 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8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중국 자회사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318억원, 219억원을 나타냈다. 하나은행 중국 법인은 5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에 나가 있는 은행들의 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이유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6%에 머물렀다. 1989년 천안문 사태의 여파로 중국 경제에 큰 대내외적 충격이 가해진 1990년 3.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아울러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펴낸 2019년 아시아 발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6.3%와 6.1%로 예측하는 등 지난해보다 경기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ADB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올해 중국 경제가 직면한 주요 위험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의 강도 부족과 지방정부 채무, 그림자 은행 규제 완화 등이 중국 경제에 추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중국 시장에서 무리하게 영업을 확대하다가 자칫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하나은행에서 불거진 중국 민성투자그룹(CMIG) 관련 부실 위험은 이런 경각심을 높이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 CMIG는 지난 1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일부 상환 유예 등 채권 재조정에 나섰다. 이에 노출된 하나은행의 익스포져는 총 3600억~4600억원으로 추정됐다. 다행히 CMIG가 지난 1월 비즈니스 에베이션 아시아와 2월 상하이 부동산 개발 사업 매각을 통해 해당 사채를 상환하면서 한 시름을 덜었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중국 발(發) 불안이 국내 은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염려가 가시화 한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이 여전히 성장하는 시장이기는 하지만 최근 상황은 불확실성이 커 투자에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현지에서의 리스크가 본사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은행 등 금융사들도 예전과 같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테일 영업을 통해 현지에서 자체 예수금을 일정 부분 확보하고 있는 여타 은행과는 달리 아직 영업 기반이 기업금융 중심이어서 대출자산 운용을 위한 예수금 확보 일환으로 본사 지원을 받게 된 것"이라며 "고객 기반 확대를 통해 상황을 점차 해소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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