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에 스마트폰·TV 완제품도 업황 나빠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주요기업 실적 감소 뚜렷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에 스마트폰·TV 완제품도 업황 나빠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주요기업 실적 감소 뚜렷
지난해까지 국내 산업을 주도해 온 전자업계가 올 1분기 어닝쇼크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동안 초호황을 누려 온 반도체뿐만 아니라 TV·가전·디스플레이 등 완제품과 부품이 모두 동반 실적 감소가 예상되면서 전자산업 전반의 업황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5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로 1분기 실적 시즌이 개막하는 가운데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삼성SDI·LG이노텍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1분기가 전자업계로서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체감 업황이 예년보다 훨씬 안 좋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그동안 호황으로 기저효과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계속 하향조정되고 있는 등 어닝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 삼성전자는 지난 2년간의 호실적의 영향으로 실적 하락 체감 폭이 클 전망이다. 그동안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실적 상승을 주도해 온 반도체사업부의 실적 감소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53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7조4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15조6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반토막이 나는 것이다. 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 1분기(9조9000억원)와 비교해도 2조5000억원이나 떨어지는 수치다.
게다가 이러한 실적 추정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공시를 통해 이례적으로 잠정실적 발표 전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실적은 하향 조정돼 영업이익은 6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에서 쌍두마차 역할을 했던 SK하이닉스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현재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1분기 실적 평균 추정치는 매출액 6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매출액 8조7197억원·영업이익 4조3673억원)에 비해 각각 25%와 60% 하락하는 수치다.
지난해 40-20(매출액 40조4451억원·영업이익 20조8438억원)을 달성하며 최근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올해 그 숫자를 ‘3’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은 사실 그동안 실적이 너무 예상보다 좋았던 터라 하락 체감도도 높을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업황이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년보다 실적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완제품도 실적 한파를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TV·가전 등이 주력인 LG전자는 1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15조3000억원과 영업이익 8000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조1078억원(매출액 15조1230억원)으로 9년만의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던 것에 비해 수익성이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 주축인 IT모바일(IM)부문은 갤럭시S10 시리즈 출시 효과에도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3조7700억원) 대비 1조원 가량 하락한 2조7000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소비자가전(CE)부문은 전년동기(2800억원)와 비슷한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다른 부품 업체들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매출액 5조8000억원과 영업적자 1000억원으로 다시 적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LG이노텍도 매출 1조6556억원과 영업적자 192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점쳐지고 있다.
전지사업이 주력인 삼성SDI는 1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2조1000억~2조20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 가량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년동기(매출액 1조9088억원·영업이익 719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하는 수치지만 본격적인 실적 회복 후인 전분기(지난해 4분기·매출 2조4786억원·영업이익 2486억원)에 비해서는 양과 질면에서 모두 하락하는 수치다.
전자업계에서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과 카메라모듈이 주력인 삼성전기 정도만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올 1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2조1706억원, 영업이익 241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전년동기(매출액 2조187억원·영업이익 1540억원)는 물론, 전 분기(매출액 1조9981억원·영업이익 2522억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업계는 전·후방산업이 모두 얽혀 있는 등 연관성이 높아 기업들 실적에 미치는 상호 영향력도 크다”면서 “경기침체와 맞물려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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