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트럼프, 김정은에 사실상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 요구'
지난해 北최선희…"얼마 안되는 설비 만지작거린 리비아와 비교는 아둔"
로이터통신 '트럼프, 김정은에 사실상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 요구'
지난해 北최선희…"얼마 안되는 설비 만지작거린 리비아와 비교는 아둔"
지난 2월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사실상 '리비아 모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부터 '리비아 모델' 제안에 강하게 반발해온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회담이 결렬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이른바 '빅딜 문서'를 입수해 내용 일부를 단독 공개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정리한 이 문서는 "북한이 핵 인프라, 생화학전 프로그램과 관련 기술,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 등을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핵무기와 핵연료 이전,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와 국제 사찰단 방문 허용, 핵 프로그램 관련 모든 활동과 신규 시설 건설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와 기술자의 활동을 상업적 분야로 전환 등 요구 사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문서에 대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고수해온 '리비아 모델'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볼턴 보좌관은 2004년부터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일괄타결식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을 내세우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한 후 이를 미국으로 반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4월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자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같은해 5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를 통해 "우리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했다"며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맹비난해 대화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011년에 "리비아 핵폐기 방식은 안전 담보와 관계 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무장 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확실한 보장 없이 핵무장을 풀었다가 체제가 무너진 전례가 있으니 자신들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은 리비아와 달리 고도화된 핵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완전한 핵폐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리비아는 핵 물질을 생산하기도 전인 초기단계에 핵 프로그램 포기를 선언했고 핵폐기를 마무리하는데 총 22개월이 걸렸다.
반면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핵 물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6차례의 핵실험과 수차례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완전한 핵 폐기가 이뤄지고 보상이 제공되기 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경제 회복이 다급한 북한은 이같은 방안에 응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이 문서(빅딜 문서)를 건넨 것이 오찬 취소 이유를 찾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본 김 위원장은 아마도 모욕적이고 도발적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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