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치계 "우리는 충분히 속아왔다" 불신 확대
미사일 발사장 재건, 연락사무소 돌연철수로 국가간 약속 흔들어
전문가 "북한의 합의 위반은 전형적인 협상전술…앞으로도 반복될것"
한미 정치계 "우리는 충분히 속아왔다" 불신 확대
미사일 발사장 재건, 연락사무소 돌연철수로 국가간 약속 흔들어
전문가 "북한의 합의 위반은 전형적인 협상전술…앞으로도 반복될것"
한미 정치계 "우리는 충분히 속아왔다" 불신 확대
한미 양국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이 판문점선언·싱가포르성명에 배치되는 행위를 저질러 국제사회의 불신을 자초하고 핵합의 문턱을 스스로 높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의 외교안보라인 핵심인사들은 지난 27일 한반도 현안을 다루는 청문회에 참석해 일제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아울러 대화의 문을 열어놓되, 북한의 결단을 이끌어낼 때까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우리는 충분히 북한에게 속아왔다. 꾸준한 대북 압박만이 효과를 낼 것이다"고 말했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우리가 관찰한 그들의 활동은 비핵화와 부합하지 않는다. 군사력 측면에서 검증 가능한 북한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아직 우리가 바라는 만큼 비핵화를 향한 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그들의 진정한 행동을 봐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야당 의원들도 지난 20일 개최된 대정부질문과 26일 진행된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는 '완전한 사기'고 문재인 정부가 이 사기에 보증을 했다"고 말했고, 김중로 바른비래당 의원은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본다. 현시점에서 비핵화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사일 발사장 재건, 연락사무소 돌연철수로 국가간 약속 흔들어
이처럼 북한에 대한 불신이 확대된 것은 판문점선언·싱가포르 성명에 위반하는 행동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일주일 뒤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시설 일부를 복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은 ICBM의 타격 대상이 미국 본토임을 수차례 공언한 바 있는 만큼 의도적인 대미 위협을 벌였다는 해석에 무게가 쏠린다.
이는 지난해 북미정상이 발표한 '싱가포르 공동성명' 1조에 위배된다. 해당 항목은 '양국 간 새로운 관계 성립'을 명시하고 있으며 여기서 '새로운 관계는' 북미가 상호 긴장유발 행위를 중단하고, 과거의 오랜 적대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재설정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북측이 지난 22일 우리 정부에 아무 설명 없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인원을 철수 시킨 것은 지난해 4월 남북정상이 도출한 '판문점선언'을 위반한다는 지적이다. 판문점선언 1조 3항은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 선언은 각각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진전을 위해 노력",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도 함께 명시하고 있다. 북측이 이들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것은 명시돼있는 비핵화 약속도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전문가 "북한의 합의 위반은 전형적인 협상전술…앞으로도 반복될것"
이처럼 북한에 대한 불신이 누적 될수록 미국은 핵협상 테이블에서 더욱 까다로운 '검증·시찰' 및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핵합의 타결 문턱을 높이고 제재해제 등 북한에 대한 보상 제공 시점도 지연됨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국은 남북경협 및 대북지원 사업 논의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27일 개최된 북방경제협력위원 회의에서는 그동안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북한'이 언급되지 않았고, 이외 정부·여당 관계자들도 전과 달리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정부는 북한에 무조건 선의로 대하면 선의의 결과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똑똑히 알게 됐다"며 "우리도 대북 최대압박 조치에 적극 협력하고, '비핵화 이외에는 생존할 구멍이 없다'는 점을 북한이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손용우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무언가를 합의했다가 파기·위반하는 것은 과거부터 수차례 반복한 전형적인 협상전술이다"며 "그 역사적인 싱가포르·판문점 합의를 흔드는 것도 큰 전략의 한 부분일 뿐,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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