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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권 잃은 금융권…文 신남방 정책 '금융 패싱' 우려


입력 2019.03.13 06:00 수정 2019.03.13 06:04        부광우 기자

캄보디아 총리와의 경제 포럼 발표서 사실상 입지 제로

사절단서 금융 CEO들 이탈…기업 지원 마중물 역할 누가

캄보디아 총리와의 경제 포럼 발표서 사실상 입지 제로
사절단서 금융 CEO들 이탈…기업 지원 마중물 역할 누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대외 경제 청사진인 신남방 플랜을 둘러싸고 이른바 금융 패싱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데일리안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대외 경제 청사진인 신남방 플랜을 둘러싸고 이른바 금융 패싱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신남방 순방길 가운데 열리는 경제인 행사에 금융권이 끝내 발언권을 거의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서다.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 상당수가 사절단에서 제외되며 불거졌던 염려들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평이 나온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마중물로서 금융의 역할이 점점 부각되고 있음에도 신남방 정책에서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드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15일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 시내 평화의 궁전에서 열리는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과 끗맹 캄보디아 상공회의소 의장의 인사말을 전한 뒤, 훈 센 총리와 문 대통령이 순서대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어 양국 행사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하는 양국 정상 오찬이 진행된다.

여기에 경제계의 남다른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1년 넘게 계속된 문 대통령의 신남방 행보 가운데 실질적으로 경제 분야에 중심을 둔 첫 대외 발걸음이라는데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말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신남방 정책을 천명한 뒤 이듬해 3월 아세안 벨트의 핵심인 베트남을 방문했다. 하지만 당시 일정은 경제보다 정치·문화적 교류에 맞춰졌다.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과의 만남으로 시작해 정부 주요 지도자들과의 면담 등이 이뤄지는 와중, 경제와 관련된 스케줄은 한국과학기술원의 현지 연구소 착공식에 참석한 정도였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열리는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시선이 쏠렸다. 신남방 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기조가 나올 가능성이 커서다. 특히 국내 기업인들은 오찬이 끝난 후 진행되는 현지 사업 사례 발표들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앞두고 금융권에는 다소 실망감이 감돌고 있다. 여러 면에서 금융권의 영향력이 축소돼서다. 더욱이 기대했던 경제 포럼 발표에서 금융사들이 제대로 마이크조차 잡지 못하게 되자 볼멘소리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의 오후 순서로 예정된 여섯 개의 발표 중 민간 금융사의 몫은 한 개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만 DGB특수은행장이 진행하는 '금융 및 기업문화를 중심으로 한 현지화 성공 사례' 발표다. 현지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계 금융사가 20여개에 이르는 점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결과라는 평가다.

이마저도 사실상 금융권에 별도 배정된 섹션으로 보기 힘들다는 뒷말이 나온다. 이 행장도 캄보디아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 모임의 대표인 덕분에 발표자로 나서게 됐을 뿐, 금융의 중요성을 감안한 선택은 아니란 얘기다. 이 행장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다.

나머지 민간 기업인들은 대부분 산업계 인사들로 채워졌다. 우선 이창훈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캄보디아 법인장이 '캄보디아 우수 농산물과 한국 제조·유통 노하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또 쏙 피셋 지 기어(G Gear) 대표이사가 '캄보디아에 희망을 전하는 LG전자 스토리'라는 제목의 프레젠테이션을 펼친다. G Gear는 LG전자 제품의 캄보디아 독점 판매권을 가진 회사다. IT 분야에서는 '한국형 정보통신기술 교육을 통한 스타트업 인재 양성'이라는 제목으로 김태경 캄보디아 코리아소프트웨어HRD센터장의 추가 발표가 이뤄진다.

이 같은 금융권의 영역 제한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문 대통령과 동행할 것으로 보였던 금융권 CEO들의 이탈이 이어져서다. 당초 순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끝내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 최근 동남아 출장을 다녀온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대훈 NH농협은행장 등도 명단에서 빠졌다. 결국 금융권 CEO들 중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등 정도만 신남방행에 함께했다.

금융위원회가 문 대통령 순방에 맞춰 캄보디아에서 별도의 금융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려 했다가 취소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당초 금융위는 최종구 위원장과 금융지주·은행 수장들이 대부분 참석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금융사와 협력을 논의하는 포럼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하반기로 미뤄졌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의 역할에 정부가 좀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아울러 당장의 기업 진출 성과에만 목을 매기 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토대를 위한 금융의 중요성에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에 있어 표면적으로는 산업 기업들이 주인공일 수 있겠지만, 이들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금융사들이 현지에 발판을 확보하도록 지원함으로써 효과적인 기업 자금 조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신남방 정책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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