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익계산은 생각나는대로, 비용계산은 40년치?
농민들 "여당도 야당도 아냐…농사짓게 해달라"
편익계산은 생각나는대로, 비용계산은 40년치?
농민들 "여당도 야당도 아냐…농사짓게 해달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에서 해체를 제안한 공주보·세종보를 현장방문한 국회의원들 앞에서 "살 수 있게만 해달라"는 현지 농민들의 절규가 터져나왔다.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는 4일 오후 충남 공주보를 찾아 사업소에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정진석 특위위원장, 홍문표·김태흠·최연혜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공주 농민 오동호 씨는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제일 무식한 사람이지만 한말씀 드리겠다"며 "국가는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국가가 어느날 갑자기 금강보를 철거한단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 씨는 "지금서부터 장마철까지는 가뭄의 연속"이라며 "금강보를 닫아놔야 농사짓고 쓰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명박정부가 잘했다는 것 아니다. 나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다"라며 "수천억원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막아놨는데, 해체하려면 또 국민 세금이 드는 것 아니냐. 과연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물쓰듯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오 씨는 "물과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자는 그 자리에서 당장 내려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주 우성면 평목리의 윤응진 이장은 "환경부에서 (보 해체의) B/C(비용 대비 편익) 계산을 '환경가치추정기법'으로 계산했단다"며 "이게 뭔가 하니 수질 생태계가 좋아지면 당신은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윤 이장은 "수질 생태계가 좋아진다고 했을 때 '1000억 원 내겠다'고 하면 편익가치가 1000억 원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마음 속으로 생각나는대로 말하는 그런 식으로 B/C 계산을 하는 게 맞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이장은 이어 "1년에 금강수계 (관리예산)는 58억원 드는데, 조사평가단에서 수천억 원이라고 발표해서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40년치란다"고 혀를 찼다. 그는 "우리 농사꾼 농사짓게 공주보를 오늘부터 당장 닫아달라"며 "나는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계속 살아왔다. 계속 살 수 있게만 해달라"고 절규했다.
농민들의 이어지는 절규에, 간담회에 배석한 김승희 금강수역환경청장과 박미자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 지원관은 "주민 의견수렴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이장들을 찾아뵙고 의견을 구하겠다"고 고개를 떨궜다.
정진석 "주민 의견수렴 안됐다는 게 입증됐다"
최연혜 "책임 묻어가려면 장관 필요없지 않나"
하지만 이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원들을 만난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 청취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주민 의견 청취는 두 단계에 나눠서 하게 되는데 모니터링 이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충분히 있었다"며 "조사평가단에서 실제로 평가할 때는 전국적으로 2000개의 샘플링을 해서 통계기법으로 뽑아 의견을 들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를 실제로 해체할지 말지의) 결정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다"며 "(나의) 책임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비껴갔다.
이에 정진석 특위위원장은 "장관님"이라고 답답한 듯 여러 차례 부르더니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는데 수렴이 제대로 안 됐다는 것은 공주보에서도 다들 인정했다"며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게 아까 입증됐다"고 추궁했다.
최연혜 의원도 "장관은 계속 '모든 결정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한다'는데, 조사평가는 환경부 (산하 4대강조사평가단)에서 하지 않았느냐"며 "조사평가는 민간인을 데려다 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결정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묻어가려 하면, 환경부장관이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공박했다.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한 이후 강바닥이 흉하게 드러난 세종보 현장 일대를 둘러본 나경원 원내대표는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현지 농민)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권의 문제가 걸린 절규"라며 "정부가 이념에 의해서 적폐로 몰아가고 (보 해체를) 결정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개탄했다.
오는 6~7월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보 해체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회가 열리게 되면,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며 관련 사항을 계속해서 살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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