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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SKC, 친환경 기술력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


입력 2019.01.25 06:00 수정 2019.01.25 06:08        조재학 기자

친환경 HPPO 공법으로 세계 시장 진출 추진

2025년 글로벌 PO 100만t 생산체제 구축 목표

SKC 울산공장.ⓒSKC

친환경 HPPO 공법으로 세계 시장 진출 추진
2025년 글로벌 PO 100만t 생산체제 구축 목표


지난 23일 울산KTX역에서 버스로 40분가량 달려 도착한 울산 석유화학 단지 내 SKC 울산공장. 수개의 정제탑이 우뚝 솟은 사이를 롤러코스터 레인처럼 파이프라인이 오갔다.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정제탑을 오르내리는 파이프라인도 인상적이었다.

약 40만㎡ 부지인 SKC 울산공장은 연간 대략 31만t의 프로필렌옥사이드(PO)와 15만t의 프로필렌글리콜(PG)를 생산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친환경 HPPO 공법을 도입해 PO를 생산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SKC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PO 제조 ‘HPPO 공법’을 상용화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고 합니다.”

지난 23일 SKC 울산공장에서 만난 하태욱 SKC 화학생산본부장의 말이다.

PO는 자동차 내장재, 냉장고 단열재 등에 쓰이는 폴리우레탄(PU)의 원료 폴리올(PPG)과 화장품‧의약품‧식품 원료인 PG 등의 기초원료다. SKC 울산공장은 전체 PO 생산량 중 13만t 가량을 HPPO 공법으로, 대략 18만t을 PO‧SM 병산공정으로 만든다.

HPPO 공법은 과산화수소(H2O2)를 사용해 PO를 만드는 기법으로, 물 이외에 다른 부산물이나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아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다. 반면 보편적인 생산기술인 PO‧SM 병산공정은 PO와 SM(스티렌모노머) 두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이며, 중국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 PO-CL(염소공법)은 염소를 사용하므로 환경문제를 유발한다.

하 본부장은 “PO‧SM 공법은 수요변동성이 큰 SM이 부산물로 같이 생산돼 경제성 측면에서 리스크 부담이 있으며, 염소공법은 환경오염 문제가 있다”며 “HPPO공법은 PO만 단독으로 생산해 경제성이 있고, 또 친환경적”이라며 HPPO공법의 강점에 대해 설명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친환경 HPPO공법에 주목해온 SKC는 2008년 세계 최초로 HPPO 공법을 상용화했다. 이후 10년 넘게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공장의 경우 1년(8760시간)간 8000시간 이상 가동이 유지되면 가동률 100%로 본다. 한 달가량의 정기보수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문제없이 가동됐다는 의미다.

SKC울산공장 직원이 프로필렌옥사이드 제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SKC

HPPO공장에는 50m 크기의 정제탑을 오르내리는 파이프라인이 설치돼있다. 폐열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설로, 70~80도에서 운영되는 저열 정제탑에 특화된 열망을 구축한 것이다. SKC는 HPPO 공장에 폐열 재활용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인 공정 개선을 통해 당초 설계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60% 이상 줄였다.

HPPO 공장 주변은 10m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도 입을 귀에 가까이 가져가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 소음이 컸다.

안내를 맡은 김성호 생산기술팀장은 “마이크가 없으면 안내가 어려울 정도로 소음이 크지만, 근로자의 안전‧환경을 강조하는 SK의 SHE(Safety‧Health‧Environment) 관리체계에 따라 85 데시벨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C는 친환경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으며, 지난해 말 첫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SKC는 독일 화학기업 에보닉(EVONIK), 독일 엔지니어링기업 티센크룹인더스트리얼솔루션스(tkIS), 중국 석유화학기업 ‘QXTD’와 함께 중국 산둥성 쯔보시에 친환경 HPPO공법을 도입한 PO 생산 합작사 건립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 PO 생산 합작사의 생산량은 울산공장과 비슷한 30만t으로, 중국 내 PG 수요 증가를 감안해 PG 생산설비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2021년 상반기에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 2분기에 최종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 본부장은 “기술 유출의 부담은 있지만, 리스크 헷지를 위해 파트너십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중국 진출의 경우 원료인 프로펠렌(Propylene) 확보에 용이하고 시장 접근성이 높은 점이 고려됐으며, 중국 입장에서는 염소공법에 대한 환경규제가 심화됨에 따라 친환경 HPPO 공법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SKC 울산공장 야경.ⓒSKC

중국에 제2의 생산거점을 확보한 SKC는 나아가 동남아시아나 중동에 ‘제3의 생산거점’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SKC는 국내 울산공장, 중국 산둥성 공장, 동남아시아 또는 중동 공장 등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 2025년까지 글로벌 PO 생산량을 100만t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SKC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 전 세계 PO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PO 수요는 대략 950만t으로, 동북‧동남아시아 비중이 약 48%(454만t)을 차지하고 있다. 또 전 세계 PO 수요는 연간 30~40만t가량 성장세를 보인다.

아울러 SKC는 화장품, 향수, 식품 등에 쓰이는 고부가 PG 역량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고부가 PG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PO 시장 환경이 SKC의 유일생산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바뀌어서다. 경쟁사 등장으로 PO 외부 판매량이 줄어듦에 따라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SKC는 2017년 말 PO 생산설비 5만t 증설해 현재 고부가 PG를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PO로 만드는 고부가 PG의 경쟁력을 높여 선제적으로 대비해온 것. 지난해의 경우 내부 PO 수요가 증가해 외부 판매 감소분이 상쇄됐으며, 고부가 PG 역량 확보로 SKC 화학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게 SKC의 설명이다.

하 본부장은 “글로벌 진출을 통해 외형을 키워나가는 한편 울산공장의 경쟁력도 높여가고 있다”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딥체인지를 성공적으로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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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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