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높은 기온…롱패딩 물량 늘린 패션업계 '울상'
기대보다 못한 겨울특수…SS시즌 출시 앞당겨 영향 최소화
예년보다 높은 기온…롱패딩 물량 늘린 패션업계 '울상'
기대보다 못한 겨울특수…SS시즌 출시 앞당겨 영향 최소화
지난 겨울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철 효자상품인 롱패딩의 인기가 올해는 시들한 분위기다. 패션업계는 한 겨울인데도 경량패딩 등 간절기 의류의 수요가 높은 것을 고려해 2019년 SS(봄·여름) 시즌 신상품 출시를 앞당기고 있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평균기온은 8.1℃로 평년(7.6℃)보다 0.5도 가량 높았고, 12월 전국 평균기온은 1.1℃로 평년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지난달 21일 3개월 날씨전망에 대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강수량은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겠다"고 내다봤다.
패션업계에서는 올 겨울 역대급 강추위와 함께 겨울철 외투 수요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탓에 아쉬워하는 기색이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작년보다 롱패딩 품목과 물량을 늘렸는데 당황스럽다"며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경량패딩 같은 간절기 의류가 인기"라고 말했다.
전국에 롱패딩 열풍이 불었던 2017년 12월에는 전국 평균기온이 -0.2℃로 지난 12월에 비해 0.9℃나 낮았다. 여기에 평창올림픽 굿즈로 출시된 '평창롱패딩'이 주목 받으면서 롱패딩은 침체한 패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효자품목으로 자리하게 됐다.
지난 겨울 스포츠·아웃도어 부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류 브랜드는 롱패딩 완판과 재입고 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수지 패딩'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K2의 '포디엄 벤치코트'는 재입고되는 족족 팔려나가 5차 리오더(추가주문 재생산)까지 진행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도 네파, 디스커버리, 밀레, 다이나핏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와 행텐, 버커루 등 캐주얼 브랜드, 탑텐과 스파오 등 SPA브랜드도 롱패딩 판매 호조로 완판을 거듭했다.
이와 달리 올해는 완판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 패션부문 매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해 부진했다. 봄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시즌오프 행사로 소비심리를 띄울 수는 있지만, 정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까닭에 높은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롱패딩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은 온난한 날씨 외에도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기존에 롱패딩을 출시하지 않았던 골프웨어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까지 롱패딩을 앞다퉈 선보여 판매 경쟁이 과열됐다. 뛰어난 디자인과 가성비로 차별화하는 제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분산됐다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작년 9월 브랜드 최초로 롱패딩을 출시했다. 풍성한 폭스 퍼와 밍크 퍼를 적용했고, 가격은 시중에 판매되는 리얼 퍼 롱패딩의 절반 이하인 10만원대로 책정해 가성비를 높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자주는 그간 실용성과 편안함을 강조한 라운지웨어, 원마일웨어 등의 패션 제품을 판매해왔는데 지난 겨울 많은 여성 고객들이 롱패딩에 대한 문의를 해오면서 처음으로 롱패딩 제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여름부터 '선판매 이벤트'가 활발히 이뤄진 것도 겨울 수요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겨울 벤치파카 판매량이 급증해 역대 최고 월 매출을 올렸던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1, 2차에 나눠 선판매 이벤트를 진행했다.
앞서 구매한 롱패딩을 중고로 처분하고 신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등장하면서 지난 여름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하루 수백건의 롱패딩 판매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봄·여름 수요를 선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유니클로는 주력 컬렉션인 'Uniqlo U(유니클로 유)'를 1월 26일에 출시했지만, 올해는 1월 14일부터 주요 아이템 판매를 시작했다.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 '지유'도 지난 7일 SS시즌 새로운 컬렉션인 '지유 진'을 선보였다.
한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롱패딩 인기가 길어야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견된 사태였다"며 "겨울부터 간절기까지 활용할 수 있는 신상품을 예전보다 좀 일찍 출시해서 이로 인한 매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