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탈출로 투자 수익률 회복 기대되지만…한계도 뚜렷
금융위기 후 실적 효율 악화 계속…지속 가능 먹거리 찾아야
초저금리 탈출로 투자 수익률 회복 기대되지만…한계도 뚜렷
금융위기 후 실적 효율 악화 계속…지속 가능 먹거리 찾아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손해보험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지는 장기 침체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금리가 반등하기 시작하면 투자 수익률 회복을 통해 희망을 볼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펼쳐진 현실은 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속 가능한 새 먹거리를 찾으려는 손보업계의 생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토종 손보사들의 올해 3분기까지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6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손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10년까지만 해도 5.09%를 나타내며 5%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이듬해부터 4%대로 떨어졌고, 2013년에는 마침내 3.98%까지 추락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낮은 3.74%를 나타냈고 올해는 이보다 더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는 비단 우리 손보업계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수입보험료의 73%를 차지하는 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영국·미국·호주·중국 등 9개국의 손보업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은 2015년까지 9%를 마크하다가 2016년 7%에 이어 2017년에는 6%로 떨어졌다.
이 같은 손보업계의 실적 효율 저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보험 요율인상 지연과 저금리 환경에 따른 투자수익 저하 등 악영향의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손보사들의 자본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의 살적 부진으로 인해 수익성 지표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즉, 손보사들의 보험 영업 이익과 투자 수익이 자본보다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손보업계의 수익성 저하 요인 중 하나는 요율 인상 지연이다. 즉, 보험료 상승이 억제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손해보험산업 요율은 2012년 이후 18분기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평균 요율은 2012년의 89%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둔화로 기업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고,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의료비 및 임금 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급 보험금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저금리 탓에 세계 손해보험 산업의 투자 수익률은 20년 전 5~10%에서 최근 3~4%까지 낮아졌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가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손보업계의 투자 수익률도 나아질 것이란 장밋빛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2016년 이후부터 수차례 상향을 거쳐 올해 9월에는 기준금리를 2.00~2.25%까지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이번 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50%에서 1.75%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 투자 수익률이 확대돼도 손보사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벌어들이는 돈 만큼 나가는 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의 분석 결과, 금리가 높은 기간에는 투자 수익률도 높지만 지급 보험금도 크게 증가해 손보업계의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직된 노동 시장을 가진 국가에서의 금리 상승은 임직원의 임금 상승과 지급 보험금 증가로 이어져 손보사 보험 영업이익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금리에만 의존한 손보업계의 실적 회복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반전을 노리기 힘들다는 의미다. 따라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꿔 비용을 절감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조언이다.
채원영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도입에 따른 손보사의 사업 효율성 제고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위험에 대한 보장영역 확대는 손보업계의 수익 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상품개발과 판매채널, 보험인수심사, 보험금 지급심사 등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 향상은 보험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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