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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별 봉사시간 현황까지" 생·손보협회 사회공헌 경쟁 눈살


입력 2018.12.10 06:00 수정 2018.12.09 19:54        부광우 기자

기부 비용 넘어 참여 인원·1인당 봉사 시간까지 비교 공시

"숫자 끌어 올려라" 실적 경쟁 변질…사회공헌 취지 무색

기부 비용 넘어 참여 인원·1인당 봉사 시간까지 비교 공시
"숫자 끌어 올려라" 실적 경쟁 변질…사회공헌 취지 무색


국내 보험업계의 남다른 사회공헌 활동 공개 방침이 보여주기식 경쟁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보험업계의 남다른 사회공헌 활동 공개 방침이 보여주기식 경쟁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공헌에 쓴 비용 정도만을 오픈하는 다른 금융권과 달리, 각 사별로 관련 활동에 동원한 임직원 수는 물론 이들의 1인당 봉사 시간까지 드러내게 하면서 사회공헌이 숫자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보험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공익 활동에 나서게 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를 마치 성적처럼 다뤄 사회공헌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소속 회원 보험사들로부터 사회공헌 실적을 받아 공시하고 있다. 해당 사회공헌 공시 항목은 ▲사회공헌 관련 기부·집행금액 총액 ▲봉사활동 참여 임직원 수 ▲봉사활동 참여 설계사 수 ▲임직원 봉사활동 총 시간 ▲설계사 봉사활동 총 시간 등 다섯 가지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각 보험사가 사회공헌에 쓴 비용이 당기순이익과 비교해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계산한 세부 내역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전체 임직원·설계사들 가운데 봉사에 참여한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이들 한 사람 당 사회공헌 활동에 쓴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 정보도 보험사별로 대조해 볼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생보협회는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당기순이익 대비 0.12%인 19억3200만원을 기부하거나 사회공헌 활동에 썼다고 공시하고 있다. 또 이 기간 봉사활동에 참여한 임직원 수는 1만7266명으로 전체의 3배 이상인 324.9% 수준이며, 이들의 총 봉사 시간은 5만8935시간으로 1인당 11.1시간 정도라는 식이다.

이 같은 생·손보협회의 보험사별 사회공헌 활동 공시는 다른 금융권 협회들에 비해 훨씬 자세한 편이다. 이처럼 사회공헌 활동 내용을 여러 항목으로 수치화 해 제공하는 곳은 보험업계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은행연합회는 1년 주기로 통합된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여기에 각 은행별로 계량화 한 자료는 사회공헌 관련 비용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수 정도다. 금융투자협회의 경우 협회 차원의 봉사활동이나 나눔 행사 소식을 전하는 수준이다.

생·손보협회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사회공헌 현황을 공시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각 보험사별로 사회공헌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지 계량화해 보여줌으로써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사회공헌 활동의 특성 상 투입한 비용이나 시간 못지않게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데, 공시의 형태 때문에 양적 경쟁에만 집중하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들의 불만이 큰 편이다. 아무래도 금전과 인원 동원 여력이 큰 대형사에 비해 수치로 보이는 실적은 저조해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로 인해 마치 사회공헌을 등한시 하는 기업처럼 비춰질 공산이 커서다. 이 때문에 조직 규모에 맞는 범위에서 나름대로 효율적인 사회공헌을 시도하는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제기에 나설 경우 자칫 사회공헌 활동을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질까 염려돼 속앓이만 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량적 평가만큼이나 정성 평가도 함께 잘 알릴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이 펼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 규모에는 한계가 있음에도 해마다 공시로 나오는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인원을 동원해야 하는 등 역효과가 만만치 않다"며 "공동체와 함께 하고자 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보험사 간 성적 경쟁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아쉬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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