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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 과유불급? 우리은행, 보수적 자산운용 가속


입력 2018.11.27 06:00 수정 2018.11.26 18:05        부광우 기자

3분기 말 현금·예치금 25조3426억원…지난해 말보다 60.6%↑

유가증권 운용도 조심조심…지주 전환 앞두고 득실 셈법 분주

3분기 말 현금·예치금 25조3426억원…지난해 말보다 60.6%↑
유가증권 운용도 조심조심…지주 전환 앞두고 득실 셈법 분주


국내 4대 시중은행 현금 및 예치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지주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의 자산운용에 보수적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현금과 예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올해 들어 한층 심화됐고, 유가증권 운용도 다른 은행들보다 눈에 띄게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은행이 체제 변환 이후 투자 확장을 위해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가 향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의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현금 및 예치금은 25조3426억원으로 지난해 말(15조7767억원) 대비 60.6%(9조5659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이런 모습은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흐름이다. 경쟁 은행들이 현금과 예치금 보유량을 줄이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사이 홀로 그 금액을 크게 키우며 단숨에 4대 은행 중 최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은행이 지닌 현금과 예치금 규모는 다른 시중은행들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국민은행의 같은 기간 현금 및 예치금은 15조6463억원에서 14조4440억원으로 7.7%(1조2023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18조6623억원에서 14조3416억원으로 23.2%(4조3207억원)나 줄었다. 하나은행만 19조9839억원에서 20조7773억원으로 4.0%(7934억원) 늘었지만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자산운용에서 현금과 예치금이 갖는 비중은 이들 가운데 가장 높아졌다. 올해 3분기 말 우리은행의 총 자산 대비 현금 및 예치금 비율은 7.7%로 지난해 말(5.0%)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들의 자산에서 현금과 예치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일제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4.7%에서 4.0%로 0.7%포인트 떨어지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신한은행 역시 5.8%에서 4.1%로, 하나은행도 6.2%에서 6.1%로 각각 1.6%포인트와 0.1%포인트씩 하락했다.

여타 시중은행들과 달리 우리은행이 현금과 예치금을 불리는 것은 자산운용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 면에서 수익성은 낮지만 손실 위험이 거의 없어서다.

우리은행의 이 같은 보수적 자산운용 기조는 유가증권 운용에서도 확인된다. 우리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의 절반 가까이를 회계 상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해두고 있는데, 이는 다른 시중은행들의 해당 비율이 20% 안팎인 것과 비교해보면 크게 높은 수치다.

만기보유증권은 이름 그대로 금융사가 사들인 증권들 중 만기까지 보유할 의도로 구매한 채무증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유가증권에서 만기보유증권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관련 투자에서 단기 매매 이익을 노리기보다는 일정 기한 뒤 정해진 상환금액을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 만큼 유가증권 투자의 안정성은 강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유가증권 자산에서 만기보유증권이 점유하는 비중은 48.7%에 달했다. 대조적으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해당 비율은 각각 23.1%, 25.2%로 우리은행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하나은행은 17.9%로 이보다 더 낮았다.

이처럼 우리은행의 자산운용 곳곳에서는 안전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우리은행이 4년 만에 다시 지주 체제로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미래 투자를 위해 몸을 웅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달 초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 설립을 인가하면서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결의한 지 5개월여 만에 체제 개편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이다. 안전한 투자를 꾀할수록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은행의 늘어난 현금·예치금은 자산운용의 안전성을 높이는 요소이지만, 반대로 보면 이보다 높은 성과를 낼만한 장기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만기보유증권 확대는 시장 위험이 감소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유동성과 수익성 지표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수익성은 4대 시중은행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총자산순이익률(ROA)는 0.44%로 국민은행(0.73%)과 하나은행(0.65%), 신한은행(0.55%)보다 떨어졌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로 봐도 우리은행은 6.45%로 하나은행(8.73%)과 국민은행(9.22%), 신한은행(7.39%)보다 떨어지는 성적을 거뒀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우선 지주사 전환이 이뤄져야 본격적인 투자 활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경우 관성이 생겨 향후 이를 되돌리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수 있는 만큼 과유불급이 되지 않은 정도의 적절한 선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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