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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리스트 안주는 이유…'고백하면 내맘 받아줄까?'


입력 2018.11.20 15:47 수정 2018.11.20 18:24        이배운 기자

‘고백외교’로 북미·북일 관계 급속악화 경험

“핵신고 후 국제적 비난·의혹 쇄도 가능성…대화국면 파탄 우려하는듯”

‘고백외교’로 북미·북일 관계 급속악화 경험
“핵신고 후 국제적 비난·의혹 쇄도 가능성…대화국면 파탄 우려하는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미가 ‘핵리스트 선(先)제출’ 문제를 놓고 몇 달째 지루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시설 신고를 완전한 비핵화 조치의 첫걸음으로 보고 이것이 이행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보상조치를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북한이 핵신고를 강하게 거부하는 배경 중 하나로 ‘고백외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앞서 2002년 9월 북일정상회담에서 북일 수교의 진전을 꾀하고자 장고 끝에 일본인 납치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와 달리 이는 일본의 대북 감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진전되는 듯 했던 북일 협상을 대폭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아직까지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북일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남아있고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또 2002년 10월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북한 당국은 이를 인정하는 ‘고백’을 했다. 이 여파로 북한의 핵 동결을 가져왔던 북미 제네바합의가 파기되는 등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고 곧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다.

전 교수는 “북한은 핵 신고를 한 뒤 핵무기 보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과 미신고·부실신고 의혹에 휩싸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또 즉각적인 핵무기 폐기 및 사찰 요구 등에 시달리며 대화국면이 깨질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동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전 교수는 이 외에도 북한이 자신의 핵능력을 중대한 군사·외교적 자산으로 간주하고, 이를 위해 ‘핵모호성’을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사찰’ 요구를 자신들의 ‘주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이를 거부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접게 하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자발적으로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미 간 불신해소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 9월 통일관련 특별 강연에서 “북한이 핵물질 및 핵탄두 보유수량을 신고해도 미국은 이를 불신할 것"이라며 "또다시 사소한 부분을 가지고 싸움이 붙고 결국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믿지 못하는 북한은 ‘위험분산’ 전략을 펼칠 것이고, 미국은 그 위험분산을 ‘속임수’로 볼 것”이라며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양측의 위험분산과 속임수의 간격을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에서 핵리스트 제출을 요구받은 김 위원장은 "북미 간 신뢰 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 목록을 제출하더라도 미국은 믿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재신고를 요구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며 핵리스트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교수는 “지금처럼 미북 간 불신과 적대감이 깊은 상태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주도적으로 비핵평화체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 로드맵을 기반으로 북한 및 미국을 설득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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