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말고 혁신해야"…내부 결속 다진 서경배 아모레 회장
3분기 실적 하락에 암울한 아모레그룹…임직원 독려 나선 서경배 회장
"시대 변화 맞춰 혁신해야" 조직 구성·글로벌 전략·콘텐츠 등 변화 방향 제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난 3분기 성장세 둔화로 기대보다 낮은 실적을 냈지만 서경배 회장은 임직원들을 향해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혁신하자"며 내부 결속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아세안과 호주 등 해외시장을 넓히고 시대 변화에 맞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방식의 혁신'을 역설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은 최근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 집착하면 세상을 볼 수 없다. 앞을 바라봐야 한다"며 "지금의 어려움은 결국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과거'와 '지금의 어려움'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기점으로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실적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3분기(7~9월) 잠정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1조462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36% 감소한 847억원에 머물렀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조680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1% 줄었고, 영업이익은 5331억원으로 16.9% 감소했다.
서 회장은 '시대 변화'와 '혁신'을 키워드로 자신의 관점을 피력했다. 그는 "예전에는 말을 키우거나 마차를 만들던 사람, 등잔을 만들거나 고래잡이를 하던 사람들이 시대 변화에 따라 다른 분야에 진출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며 "시대는 자연히 변하는 것이고, 사람은 변화에 걸맞은 혁신을 해나갈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새롭게 조직을 개편한 일도 결국 혁신을 위한 선택"이라며 "사람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Customer Decision Journey)이 바뀌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고객 경험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룹 측은 지난 1일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기존 마케팅과 영업이 통합된 형태의 '럭셔리·프리미엄 비즈니스 유닛'을 마케팅 전담 조직으로 구성된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 유닛'으로 특화하고, 분산돼 있는 국내 화장품 채널 조직을 '뷰티영업 유닛'으로 묶어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옴니 채널(온·오프라인 연계 방식) 구축'에 중점을 뒀다. 방문판매와 백화점, 아리따움, 디지털 채널을 합치고, 급부상하는 멀티 브랜드숍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디비전과 뷰티영업 유닛을 설립했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혁신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브랜드 유닛을 크게 '럭셔리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눴다고도 했다.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글로벌 사업에서는 아세안과 호주시장에 방점이 찍혔다. 서 회장은 "앞으로 아세안과 호주 시장에 더욱 치열하게 도전해야 한다"며 "이 지역은 한국과 비슷한 형태의 중형 국가들이 모인 곳으로, 국가의 크기도 닮았고 서로 배우고 교류할 게 많은 나라들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말레이시아 공장도 아세안 시장에 제품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서 회장은 아세안과 호주가 향후 그룹의 주요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회장은 조직 혁신, 글로벌 전략 혁신에 이어 '콘텐츠 혁신'을 언급했다. 그는 "소립자화 된 고객들은 SNS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과 채널을 통해 점점 연결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예전에는 광고 메시지를 만들 때 사계절과 같은 굵직한 이슈를 따라갔다면 이제는 열두 달, 아니 매주 단위로 작게 나누고 연결해야 할 정도로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콘텐츠 혁신의 핵심은 '스토리'여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서 회장은 "작은 것들이 쪼개져 따로 움직이면 모래알처럼 부서지고 말겠지만, 스토리로 관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작지만 촘촘히 밀착해 소통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생각을 깨끗이 지우고 주저함 없이 새로운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 작은 것부터 시도할 때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 함께 혁신하자"고 임직원들을 재차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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